[本社주최 첫 합동토론회/명답 우답]

  • 입력 1997년 11월 27일 07시 18분


이번 동아일보가 주최한 합동토론회에서는 후보들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명답(名答)과 우답(愚答)이 속출했다. 경제위기의 책임에 대해선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는 『경제위기의 바탕에는 정경유착이 있다. 그 돈을 누가 받았고 어디로 갔는가. 바로 그런 낡은 정치가 정경유착이고 오늘날 경제부실화의 원인이 됐다』며 책임을 기성 정치권에 돌렸다. 그러자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후보는 곧바로 『오늘날의 경제위기의 직접적 원인은 기아사태를 3개월간이나 끈 데 있다. 이것은 완전히 인재(人災)다』며 정부와 한나라당에 책임을 추궁했다. 국민신당 이인제(李仁濟)후보는 『근본적으로 부패한 정치와 무능한 정부 때문에 이런 사태가 생겼다.경제에서 은행은 「심장」과 같은 곳인데 나빠진 심장을 고치는 개혁을 아무도 못했다』며 정부와 정치권 모두를 비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에 대해선 세 후보 모두 「불가피한 처방」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제주권에 문제가 있지만 이제 어쩔 수 없으니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최대한 국민이 편히 살도록 노력해야 한다』(이회창후보), 『치욕적이지만 우리의 체질을 개선하는데 잘 이용해야 한다』(김대중후보), 『어쩔 수 없게 됐으니 후유증을 최소화해야 한다』(이인제후보)는 내용이었다. 또 무상교육실시 주택보급률확대 등 돈이 많이 드는 공약은 현재의 경제위기상황을 감안해 수정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세 후보 모두 『그 공약은 IMF문제 이전에 만든 것인데 솔직히 말해 지금은 수정할 용의가 있다』고 고백했다. 정리해고 문제에 대해서는 이회창후보가 대법관 출신답게 명확한 개념정리를 해 눈길을 끌었다. 김대중후보는 『기업의 구조조정을 양적이 아니라 질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취업시간을 줄이거나 임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해고자 실업자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나 이인제후보는 『눈앞에 이미 대량 실업사태가 나타나고 있다.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대책이 최우선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집권후 경제난 해소를 위해 임금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이회창후보는 『경제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김대중후보는 『물가는 오르는데 임금은 제한하면 생산력을 저하시킨다』는 논리를 펴며 『이 문제는 노사가 협의해 할 것이지 정부가 관여할 것 없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이인제후보는 『가이드라인은 강제적 의무적인 것은 아니다. 생산성을 뛰어넘는 임금인상은 기업을 망가뜨리고 경제를 궁지에 몰아넣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합리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좋겠다』며 원론적인 답변으로 대신했다. 고용확대에 대해선 각 후보가 모두 자세히 수치를 인용하며 자신의 구상을 펼쳤다. 이회창후보는 『경제성장률을 6%로 잡고 5년 동안 기술집약형 중소기업을 육성하면 약 3백만명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다』는 내용의 공약을 상세히 밝혔고 김대중후보는 『지식산업을 제대로 육성하면 50만∼80만명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인제후보도 여러 사례를 들며 『1백만명에게 새 일자리를 줄 수 있다』는 내용의 약속을 했다. 반면 다소 엉뚱한 답변도 없지않았다. 이인제후보는 경제위기 책임공방에서 느닷없이 『저도 속죄하는 마음에서 신한국당을 떠나 국민신당을 창당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대중후보는 이회창후보를 가리켜 여러번 『이회창총재』라고 불러 『저 총재 아닙니다』라는 항의를 받자 잠시 머뭇거린 뒤 『그때는 총재였지 않으냐』고 맞받았다. 이회창후보는 김대중후보의 비자금폭로 경위에 대해 『공익을 위해 검찰의 조사를 촉구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이후에도 김대중 이인제후보로부터 폭로의 불법성에 대한 추궁이 계속되자 『뭐 별로 할 말이 없다』고 말을 맺었다. 〈송인수·정용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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