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만 되면 이당 저당을 기웃거리는 「철새정치인」들이 느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해도 너무한다』는 소리가 나올 만큼 극심한 양상이다.
지난해 「4.11」 총선이 끝난 이후 1년7개월여 동안 이미 30명 가까운 현역의원이 당적을 바꿨다. 가장 먼저 당적을 바꾼 사람은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되기 직전 자민련을 탈당, 무소속으로 남은 김화남(金和男)의원이다.
이어 의석 과반수를 못채운 신한국당이 영입작업을 본격화하면서 무소속과 민주당 의원들의 신한국당 입당이 줄을 이었다. 무소속의 김재천(金在千)의원이 신한국당 「입당1호」를 기록한 이후 무소속의 권정달(權正達) 김용갑(金容甲) 박시균(朴是均) 백승홍(白承弘) 박종우(朴宗雨) 임진출(林鎭出) 김영준(金永俊) 황성균(黃性均)의원과 민주당의 이규택(李揆澤) 최욱철(崔旭澈) 황규선(黃圭宣)의원이 뒤를 따랐다.
이어 지난해말 노동법처리 직전 자민련의 황학수(黃鶴洙) 유종수(柳鍾洙) 이재창(李在昌)의원이 신한국당에 입당하면서 정국은 가파른 대립국면으로 치달았다.
한동안 잠잠하던 정치인들의 이동은 국민신당 태동과 함께 다시 시작됐다. 올해초 민주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남아있던 장을병(張乙炳)의원이 가장 먼저 국민신당으로 들어갔고 뒤이어 신한국당의 김운환 한이헌(韓利憲) 서석재(徐錫宰) 김학원(金學元) 원유철(元裕哲) 이용삼(李龍三) 박범진(朴範珍)의원 등이 국민신당으로 말을 갈아탔다. 또 이만섭(李萬燮)의원은 신한국당을 탈당, 전국구의원직을 상실했다.
이와 함께 무소속으로 보궐선거에 당선한 박태준(朴泰俊)의원이 자민련으로, 자민련의 이의익(李義翊)의원이 신한국당으로 옮겼다. 또 강경식(姜慶植)부총리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중립내각」 의지표명으로 신한국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남아 있다.
뿐만 아니라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까지 현역의원 중 절반 이상의 당적이 바뀔 전망이다. 신한국당과 민주당이 합당해 새로운 통합당이 창당되면 합당반대파를 포함한 두 당 의원들의 당적이 모두 바뀌게 된다.
〈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