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조순총재 연대]「3金청산」합의…아직은 원론수준

  • 입력 1997년 10월 27일 19시 40분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와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간의 「DJP연합」 협상 타결이 임박하자 다른 후보 진영의 상호연대, 또는 세불리기 움직임도 활발해지는 등 대선전이 「3각구도」로 압축될 조짐이 한층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제서야 본격화하기 시작한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총재 조순(趙淳)민주당총재 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간의 연대 협상에는 걸림돌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전도(前途)가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신한국당의 이회창(李會昌)총재와 민주당의 조순(趙淳)총재는 27일 낮 서울 여의도 63빌딩의 한 음식점에서 오찬회동을 갖고 『지역주의와 정경유착 등 부패정치의 근원인 「3김정치」를 마감하고 사심없이 뜻을 같이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새로운 정치의 틀을 이루자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발표내용을 문면(文面)대로만 보면 여론 지지율 3, 4위인 두 총재가 탈출구 모색을 위해 일단 「3김청산」을 위한 「반(反)DJP연대」에 뜻을 함께 한 듯하다. 그러나 조금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말그대로 「동상이몽(同床異夢)」에 지나지 않는 것임을 알 수 있다.

회동 직후 이총재측 발표를 맡은 맹형규(孟亨奎)의전특보가 「공동합의문」이라고 발표하자 민주당측은 즉각 『원론적인 얘기를 정리한 것』이라고 정정했다.

실제로 이날 회동에서 이총재는 원내 다수당의 후보임을 강조하면서 자신을 중심으로 한 연대를 주장했지만 조총재는 『모두가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점만을 역설했다는 후문이다.

이총재는 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와의 연대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당내 반대파를 몰아낸 뒤 조총재와의 양자연대를 통한 당 체제정비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총재의 생각은 다르다. 조총재는 양자연대의 틀을 거부하는 입장이다.

이날 양측이 메모형식으로 「합의문」을 발표한 데 대해 조총재는 나중에 다른 주석(註釋)을 달았다.

즉 『「합의」라는 표현이 마치 향후 진로에 대해 양자와 두 당이 합의한 것처럼 비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권오을(權五乙)대변인을 시켜 『모두 구시대 정치의 타파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대의에 의견을 같이했다는 의미』라고 해명토록 했다.

이날 조총재가 관심을 가졌던 대목은 후보사퇴 문제에 대한 이총재의 의중(意中) 파악과 여권내 「조순 대안론」의 가능성 탐색이었을 것이다.

조총재는 앞으로도 신한국당의 김덕룡(金德龍) 서석재(徐錫宰)의원, 이전경기지사를 잇달아 만나는 등 「반DJP연대」의 구심점 확보를 위한 행보를 계속할 예정이다.

〈정연욱·정용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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