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박찬종 『만나기는 했지만…』

  • 입력 1997년 10월 7일 19시 56분


신한국당의 이회창(李會昌)총재와 박찬종(朴燦鍾)고문이 7일 아침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모처럼 만났다. 대선후보 경선 이후 이총재는 여러차례 박고문에게 만나자고 제의했고 한밤중에 불쑥 자택을 찾아가기도 했으나 두 사람의 회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회동에서 이총재는 자신의 고충을 소상하게 털어놓으면서 박고문에게 공동선거대책위원장직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박고문은 확답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총재는 회동이 끝난 뒤 박고문의 선대위원장 수락여부에 대해 잔뜩 굳은 표정으로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다』며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박고문 역시 『두고 보자』는 말만 했다. 이총재로서는 매우 다급한 처지다.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의 열세지역이자 최대표밭 중의 하나인 영남지역에서 반전을 노리는 이총재의 입장에서는 영남지역에서 일정부분 지지세가 있는 박고문을 선대위원장으로 끌어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고문은 이총재로는 이번 대선에서 거의 승산이 없으며 당내 상황도 여전히 유동적이라고 보는 듯하다. 박고문은 6일 밤 기자들에게 『이번에는 절대로 「지는」 선택을 하지 않겠다. 선대위 구성이 아무리 다급하다고 해도 내가 쫓아갈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고문은 『오늘 회동에서 이총재에게 「개인보다 당, 당보다 국가를 생각한다는 심정으로 지도자들이 희생 헌신해야 한다」는 충언을 했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상황 변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이다. 또 7월 경선 막판에 이총재측의 금품살포 주장을 펴다가 후보사퇴까지 했던 「과거」도 선뜻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하지 못하는 이유인 것 같다. 〈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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