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표 『험난한 앞길』…이인제 끌어내리기등 대책 부심

  • 입력 1997년 9월 13일 18시 22분


이인제(李仁濟)경기지사의 출마선언으로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대표가 올라가야 할 등정(登頂)의 길은 더욱 좁고 험난해졌다. 12일까지 이지사의 불출마를 자신하던 이대표측은 이날 오전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들이었다. 이대표도 말이 없었다. 한 측근은 『(이대표의) 충격이 크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현재 구도에서 이지사가 출마한다면 이대표의 당선은 매우 어려워진다」는 게 당 내외의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그만큼 힘들고 험난한 싸움이 이대표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윤원중(尹源重)대표비서실장은 『어차피 예상치 못한 일이 아닌 만큼 대책도 생각해 놓고 있다』고 말한다. 이대표측 대책은 크게 볼 때 이지사를 끌어내리는 소극책(消極策)과 이대표를 끌어올리는 적극책(積極策) 둘로 나눌 수 있다. 「이지사 끌어내리기」는 우선 이지사 출마의 부당성을 전파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당지도부는 이지사가 △자신의 당 개혁안에서 「국회직과 당직의 경선」을 주장하면서 경선에 불복한 점 △「세대교체」를 주장하면 게임의 룰을 지키지 않은 구태(舊態)를 답습했다는 논리로 십자포화를 퍼부을 태세다. 이와 함께 이지사측의 동반탈당 및 세규합도 적극 차단한다는 생각이다. 「이대표 끌어올리기」를 위한 당내환경은 오히려 호전됐다는 견해도 있다. 한 측근은 『이지사 때문에 당내 규합이 안되는 측면이 있었다』며 『이지사출마로 인한 여권의 위기감고취는 이대표중심의 단합에 촉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 단합을 토대로 이대표는 추석이후 당직자회의도 참석하지 않은 채 민생현장을 돌아볼 예정이다. 필요할 경우 이대표 아들의 사회봉사 계획을 전격발표, 병역문제의 불씨를 잠재우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이대표측은 대선구도를 「이회창 대 김대중(金大中)」의 양자구도로 이끌면서 이지사를 「제2의 이종찬」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하지만 그래도 이대표와 이지사의 지지율에 반전 기미가 없을 경우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함께 정계재편까지도 검토할 수 있다는 게 이대표측 속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박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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