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古典빗댄 「선문답」행보]올초 첫 출마시사

  • 입력 1997년 8월 30일 20시 17분


민주당 趙淳(조순)총재는 한학에 조예가 깊다. 유학자였던 부친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조총재는 사서삼경(四書三經) 등 중국 고전(古典)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해서 자신의 심경을 밝힐 때가 많다. 대선출마여부도 그런 식으로 대답해 왔다. 「其本亂而末治者否矣(기본난이말치자부의)」. 조총재가 올해초 쓴 신년휘호로 「근본이 어지러운데 끝을 다스린다고 될 일이 아니다」는 뜻이다. 대학(大學)의 첫머리를 인용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그의 대선출마를 최초로 암시한 것이 됐다. 그는 지난 2월 도산아카데미연구원 주최 「국가경쟁력과 지방자치」라는 특강에서는 정치권을 강하게 비판한 뒤 중국 송나라의 정치가 王安石(왕안석)의 「自古驅民在信誠(자고구민재신성)」을 인용한다. 「옛날부터 백성을 부리는 원리는 신과 성에 있다」는 것인데 「백성을 부리는」에 관심이 쏠렸다. 그 직후 서울시의회라는 공식석상에서 「대통령의 자질론」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4월 그는 베를린 방문중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야권단일후보로 나설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樹欲靜而風不止(수욕정이풍부지·나무는 가만히 있으려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는다)」라고 했다. 자신의 대선출마가능성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말이었다. 지난 5월 서울시의회에서 정치적 거취를 분명히 밝히라고 요구하자 그는 孟子(맹자)의 「莫非命也順受其正(막비명야 순수기정)」으로 대신했다. 「운명이 아닌 것은 없지만 그것이 바르다면 따르겠다」는 뜻인데 자신의 대선출마를 직접적으로 시사한 것이었다. 그리고 지난 13일. 그는 좌우명 「知行合一(지행합일)」을 다시 거론하며 대권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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