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환씨-조순 연대說]승산없으면 「虛舟승선」 못한다

  • 입력 1997년 8월 17일 20시 03분


신한국당의 金潤煥(김윤환)고문이 『李會昌(이회창)후보로는 대선에서 승산이 없다』며 『趙淳(조순)서울시장과 연대하는 방안 등 새로운 정치행로를 모색하고 있다』는 동아일보 16일자 보도가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최근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뤄 김고문의 「다른 길」 모색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 아니었다. 다만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아무도 먼저 입에 올리기를 주저했을 뿐이었다. 바로 이같은 사안이 공론화됐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반응은 더욱 충격적이다. 정치권의 충격은 우선 「여권의 적자(嫡子)」이자 「보수 본류(本流)」임을 강조해온 김고문이 모색하고 있는 방향의 의외성에서 비롯되고 있다. 조순시장과의 연대는 김고문의 획기적인 정치적 변신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고문의 「구상」은 여권의 분열과 李대표체제의 동요 및 대선전 정계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고문은 요즘 부쩍 「정치세력간 연대」를 강조했다. 한동안 소원한 관계였던 李漢東(이한동)고문과 자신과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말도 했다. 정치권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면 구여권세력의 입지가 충분히 확보되는 정치구도가 짜여졌으면 하는 그의 희망이 내비치는 대목인 것이다. 지금까지 한번도 「지는 게임」을 해본 적이 없는 김고문이 이대표와 결별하느냐 않느냐 하는 것은 최종적으로 이대표의 대선승리 가능성에 대한 판단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김고문에게서 심상치 않은 조짐이 감지된 것도 이대표 아들들의 병역면제파문 와중에서 이뤄진 지난달 말 여야3당후보의 TV토론 직후 이대표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급격하게 하강곡선을 그리게 되면서부터였다. 따라서 현재 김고문의 정치적 의도를 한마디로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가 한 눈으로는 여전히 이대표를 바라보면서 다른 한 눈으로는 만약의 경우에 대비, 「다른 길」을 찾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아무튼 김고문의 「다른 길」모색에 대해 신한국당은 경악하고 있다. 이대표의 약체화는 원하면서도 낙마(落馬)는 원치 않는 국민회의는 한편으로는 반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우려하고 있다. 〈임채청기자〉 ▼ 여당 반응 ▼ 김윤환고문의 「조순서울시장 지원 모색」발언이 보도되자 이회창대표위원측과 김고문측 모두가 크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새벽 허주(虛舟·김고문의 아호)의 최측근인 尹源重(윤원중)의원은 河舜鳳(하순봉)대표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동아일보에 난 기사는 허주의 뜻과 다르다』고 해명했으나 이는 김고문과 직접 연락이 안된 상태에서 나온 대응이었다. 하실장의 보고를 받은 이대표는 이날 오전 구기동 자택에서 기자들에게 『보고를 받았으나 사실과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실장은 17일 『방미중인 김고문이 현지의 한국특파원들과 만나 동아일보 보도에 대해 직접 해명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허주의 말투가 명료하지 않은 측면이 있어 와전될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대표 진영내부에서는 『그간 허주계의 움직임으로 볼때 정말로 허주가 딴 맘을 먹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한편 김고문측은 「공식부인」으로 일관하면서도 『허주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일말의 가능성은 열어두는 눈치. 당 관계자들은 『만의 하나 이대표와 김고문의 결별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당 핵심부가 둘로 쪼개진다』며 우려의 빛을 감추지 못했다. 〈박제균기자〉 ▼ 야당 반응 ▼ 신한국당 김윤환고문의 발언에 야권도 매우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나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엇갈린 반응을 나타냈다. 국민회의는 공식반응을 삼간 채 일단 발언의 진의파악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이대표의 낙마(落馬)는 물론 金鍾泌(김종필)총재나 趙淳(조순)서울시장과의 연대가능성은 국민회의가 가장 경계하는 정치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직자들은 김고문의 발언에 대해 신한국당 내부의 알력이나 김고문의 반발 정도로 애써 폄훼했다. 張誠珉(장성민)부대변인은 17일 『이대표와 김고문 사이에 존재했던 내적 갈등의 표출로, 이대표가 김고문을 더이상 킹메이커로 인정하지 않은데 대한 김고문 특유의 언론플레이성 반발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여당후보 교체설」을 공식 제기했던 자민련은 『이제 여당후보교체가 단순한 설(說)이 아니라 여권 핵심에서 가시화되고 있다』며 반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李圭陽(이규양)부대변인은 16, 17일 잇따라 논평을 내고 『김고문 발언으로 후보교체 가능성은 더욱 농후해졌으며 김대통령도 이대표의 낙마에 대비하고 있음이 분명해졌다』고 여권의 후보교체 검토를 기정사실화했다. 〈이철희기자〉 ▼ 보도경위 ▼ 신한국당 金潤煥(김윤환)고문이 趙淳(조순)서울시장과의 연대 등 새로운 정치행로를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16일자 동아일보 기사의 내용을 기자에게 전해준 사람은 일본인교수 K씨였다. K씨는 일본신문의 서울지국장을 지낸 한국통으로 현재는 일본의 대학교수다. 그는 김고문을 포함, 한국의 여러 분야 인사들과 10년 이상의 교분을 갖고 있다. 지난주 그는 서울을 방문중이었다. 기자가 K교수를 만난 것은 지난 14일 밤 9시20분경부터 11시50분경까지 서울 여의도에 있는 지인(知人)의 아파트에서였다. 이 자리에는 일본의 현직 신문기자 2명도 함께 있었으나 그 중 1명은 밤10시가 조금 넘어 자리를 떴다. K교수가 먼저 『김윤환씨한테서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을 꺼냈다. 기자는 K교수의 말을 조금 듣다가 그 내용이 너무 중대하다고 판단, 수첩을 꺼내 메모를 해가며 들었다. K교수는 그날 오후3시(김고문은 저녁7시 출국)여의도 한서빌딩의 김고문 사무실에서 김고문을 단독으로 만났다고 전했다. 그가 전한 김고문의 발언내용은 거의 보도됐다. K교수는 『김윤환씨는 활기에 차있었다. 새로운 정치구상을 시작하는 것이 활기를 주었는지도 모른다. 역시 정치인이니까…』라고 김고문의 기류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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