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시월회」설문분석]조기경선 반대 『뜻밖의 강세』

  • 입력 1997년 4월 28일 20시 25분


신한국당내 초선의원 모임인 「시월회」(총회원수 38명)의 자체설문조사 결과중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대통령후보 경선시기와 李會昌(이회창)대표의 경선전 대표직 사퇴여부에 관한 것이다. 둘 다 다소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시월회는 정치일정 내지는 대선후보 조기가시화를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져 왔다. 지난 2월3일 긴급총회에서 몇몇 회원들이 이를 공개적으로 거론, 「일부의견」으로 당지도부에 전달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설문조사결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28일 오후까지 응답한 26명 중 6명만이 이대표 등 당지도부가 희망하고 있는 조기경선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타의견」 4명을 제외한 나머지 16명은 8월말이나 정기국회개원전인 9월초로 경선시기를 잡고 있었다. 이대표의 경선전 대표직 사퇴여부에 대한 설문조사결과도 당내의 일반적 예상을 벗어났다. 응답자 26명 중 15명은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었으나 「상관없다」는 응답도 11명이나 됐다. 이대표측은 대표직을 고수한 채 경선을 치르려는 입장이나 나머지 대선예비주자 진영은 한결같이 공정한 경선을 위해 이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주장, 이대표의 경선전 대표직 사퇴가 대체적 추세인 것처럼 인식돼 왔으나 초선의원들의 의견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조기경선론의 논거는 △난국돌파를 위한 다른 마땅한 카드가 없고 △한보사태와 「金賢哲(김현철)파문」으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정국주도력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으므로 △당내 동요를 막고 조속한 대선체제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후보조기가시화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반대론의 논거는 간단하다. 공정한 경선을 위해서는 충분하고 자유로운 경쟁의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시월회의 설문조사결과는 일단 반대론에 무게를 실어주었으나 보다 상세한 분석이 필요하다. 즉 이대표를 제외한 다른 대선주자진영의 조기경선반대는 당장의 「세(勢)불리」를 의식한 측면이 강하나 초선의원인 시월회 회원들의 반대는 아직 선택할 주자를 고르지 못했다거나 조기경선강행으로 인한 불필요한 당내 분란을 우려하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월회 회원들이 이대표의 경선전 대표직 사퇴여부에 대해 대선주자진영보다 덜 민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대선주자진영의 입장은 철저히 이해관계에 근거하고 있으나 시월회 회원들의 입장은 공정한 경선보장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선후보 경선을 위한 대의원수와 지구당대회에서 선출하는 대의원비율을 현행보다 크게 늘리자는 의견이 압도적인 것은 예상대로였다. 전체 당원의 총의를 보다 충실히 반영하기 위해 「민주성」을 강화하자는 요구라고 할 수 있다. 계파색이 옅은 초선의원 모임인 시월회의 설문조사결과는 당내 경선논의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월회 회원수는 당소속 전체의원의 4분의1정도로 만만치않은 세를 형성하고 있어 어느 대선주자도 이들의 의견을 무시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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