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이긴 격투기 선수 “봉사는 내 운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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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암 아동 돕는 ‘로드 FC’ 김형수

종합격투기 선수인 김형수 씨가 서울성모병원에서 백혈병, 소아암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두 팔을 벌리는 동작을 함께 하며 운동을 시켜주고 있다.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제공
종합격투기 선수인 김형수 씨가 서울성모병원에서 백혈병, 소아암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두 팔을 벌리는 동작을 함께 하며 운동을 시켜주고 있다.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제공
격투기 종목 중 가장 광범한 기술 사용이 가능한 종합격투기 ‘로드 FC(Fighting Championship)’ 선수인 김형수 씨(30)는 링 위에서는 저돌적인 파이터이지만 링 밖에선 백혈병, 소아암 어린이 환자들에게 체육을 가르치는 ‘봉사 천사’다.

김 씨는 5월 비영리재단 ‘아주나무(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설립했다. 아주나무에는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연을 맺은 회사원, 대학생 등 지인 40여 명이 참여해 봉사활동을 돕고 있다. 그는 25일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볼링놀이 등을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 뿌듯하다. 행복은 나눌수록 커짐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김 씨가 봉사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자신이 겪었던 아픈 과거 때문이다. 중고교 시절 올림픽 메달을 꿈꾸던 레슬링 유망주였지만 18세 때 병마가 찾아왔다. 재생불량성 빈혈 진단을 받고 3년간 면역치료를 받았으나 완치되지 않고 재발했다.

재생불량성 빈혈은 골수에서 혈구 세포가 만들어지지 않아 혈액세포가 줄어드는 난치성 질환이다. 계단을 오르기도 힘들고 코피가 나면 멈추지 않아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했다. 다행히 골수이식 기증자가 나타나 2년 투병 끝에 건강을 되찾았다.

김 씨는 요즘 아주나무 회원들과 일주일에 한 차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한 달에 한 번 서울대병원으로 ‘체육 봉사’에 나선다. 그는 “소아암 어린이 환자는 외부 병원체에 취약해 봉사자들도 매번 검사를 받은 뒤 무균실에서 놀아주고 있다”며 성모병원은 자신이 투병했던 곳이어서 감회가 남다르다고 했다.

김 씨는 재생불량성 빈혈이 완치됐지만 레슬링 현역 선수의 꿈은 접었다. 그 대신 경기 성남시 분당의 ‘김대환 MMA’ 체육관에서 레슬링 코치를 맡았다. 로드 FC 선수들에게 레슬링을 가르치던 그는 2013년 직접 로드 FC 선수로 나섰다. 레슬링과 타격이 결합된 격투기에 도전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 씨의 통산 전적은 5전 3승 1패 1무. 그는 28일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전창근과 라이트급 경기를 갖는다. 그는 이번 경기에서 트렁크(선수용 반바지)에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로고를 부착한다. 소아암 등 희귀 난치병 아동의 소원을 이뤄주는 비영리단체인 재단을 널리 알리고 싶어서다.

김 씨도 2007년 투병할 때 카메라를 갖고 싶다는 소망을 재단이 이뤄줘 인연을 맺었다. 그는 “2010년부터 재단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봉사활동 우수자에게 주는 ‘뛰뛰빵빵 슈퍼맨 상’도 받았다”며 “힘들던 시절 받은 사랑을 갚기 위해 앞으로도 병원 봉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격투기#김형수#소아암#아주나무#봉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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