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만기 인간개발연구원 회장이 14일 1959번째 조찬 강연이 열린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노펠리체 컨벤션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국내에서 처음으로 최고경영자(CEO) 조찬 연구회를 만든 장만기 인간개발연구원 회장(80)을 13일 만났다. 장 회장은 이달 14일까지 42년 동안 1959차례의 연구회를 개최했다. 장 회장이 기독교의 새벽기도에서 착안해 시작한 인간개발 경영자 연구회의 조찬 강연은 1975년 2월 5일 처음 열렸다. 지금도 400여 명의 경영자가 꾸준히 참석한다.
그가 주도한 전국경영자세미나와 제주하계포럼 등까지 포함해 강연회를 거친 인물의 면면은 화려하다. 정주영 구자경 최종현 등 대기업 총수, 남덕우 신현확 등 관료, 함석헌 김동리 정비석 등 종교·문화계 인사들이 그와의 인연으로 무대에 섰다.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3김’ 정치인과 이명박 전 대통령, 손정의 일본소프트뱅크 회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강연에 나섰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88년 이 자리에서 “기업인도 정치의 희생자였다”며 “자유로운 기업인이 경제의 주체이자 존경받는 기업인이 되려면 민주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경영자 교육에 뜻을 품은 것은 1960년대 중반 서울대 상대 대학원생 시절이다. 세계적 경영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서 미국 심리학자 데이비드 매클럴랜드의 글을 읽은 게 계기가 됐다. “미국이 물건을 제공하는 ‘바이(buy) 아메리칸’으로 후진국을 지원하는 건 옹졸한 일이다. 피원조 국가 지도자를 육성해 독립적으로 나라를 키울 역량을 길러줘야 한다”는 내용은 ‘피원조국 흙수저 출신’이었던 그의 가슴을 뛰게 했다.
1968년 대학원 졸업 후 명지대 교수가 된 장 회장은 글로벌 마케팅 회사로 큰돈을 벌었지만 직원들의 부정으로 부도를 냈다. 그즈음 미국 텍사스의 성공동기연구소(SMI)를 찾아가 운명처럼 세계적인 리더십 전문가 폴 마이어를 만난다. 귀국 후 박승찬 당시 금성사 사장, 정수창 OB그룹 회장 등의 도움으로 1975년 세운 게 인간개발연구원이다.
그는 “처음엔 인간교육이라는 낯선 말을 이해시키기도 쉽지 않았다”며 “나라의 경제와 문화가 강해지려면 사람이 먼저 강해져야 하고 그러려면 사람을 연구해야 한다는 흔들리지 않는 목표가 지금까지 조찬 강연회를 이어온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장 회장은 1995년 1기 민선 지방자치선거 때 당선된 김흥식 전남 장성군수와 공무원 교육 프로그램인 ‘장성 아카데미’를 만들었다. 올 6월 벌써 1000회를 돌파했다. 1988년 소련과 수교하기도 전 기업인 20여 명과 소련에 가 ‘한-러 친선협회’를 만든 것도 그였다.
장 회장은 청년실업에 대해 “대학 졸업장 하나에 인생 전체를 기대려는 나약한 사람을 키우는 교육이 위기의 본질이다. 50년, 100년을 내다보고 산을 가꾸듯 사람의 무한한 가능성을 끌어내는 교육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80세인 그는 아직도 새로운 계획을 벌이고 있다. 내년부터는 대학생 100명을 선발해 장태평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 등이 조언하는 ‘멘토 대학’ 프로그램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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