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철도 마음 털어놓는 사형수의 대부

김재희기자 입력 2016-06-01 03:00수정 2016-06-0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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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 8명 교정 맡은 안홍기 목사… “조직폭력-항해사 등 인생역정
유영철, 내 책 3번 읽고 면회요청… 요즘도 심경 담은 편지 보내와
만남 통해 그들에게 희망 주고싶어”
31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접견을 기다리던 안홍기 목사가 한 수감자의 편지를 꺼내 읽고 있다. 안 목사는 2014년 9월부터 교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2014년 9월 24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면회실. 파란 수의를 입은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슴팍의 빨간 표찰은 그가 사형수임을 의미했다. 수감생활 11년째에 접어든 그는 오전 3시에 일어나 샤워하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고 했다.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그에게 안홍기 목사(59·글로벌 찬양의 교회)가 다가갔다. 그러고는 악수 대신 두 팔을 벌려 그를 꽉 껴안았다. 5초가량 지났을까. 목사의 품에서 벗어난 그는 “제가 무섭지 않으십니까, 더럽지 않으십니까”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 그를 안 목사는 가만히 응시했다. 안 목사가 껴안았던 사형수는 ‘희대의 연쇄살인마’ 유영철(46)이었다.

법무부 장관의 위촉을 받아 2014년 9월부터 종교분과 교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안 목사도 순탄한 길을 걸어오지는 않았다. 폭력조직에서 나와 항해사, 보디빌더로 일하다 목사로 변신해 중국에 ‘북경 찬양의 교회’를 세웠다. 안 목사는 자신의 인생역정을 담은 자서전 ‘하나님의 용사’를 펴내기도 했다.

유영철은 수감된 뒤 교정위원과의 면회를 거부했다. 어쩌다 만나도 한두 번뿐이었다. 그랬던 유영철이 안 목사의 책을 세 번이나 읽고 스스로 “목사님을 뵐 수 있을까요”라며 면회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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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목사는 이후 매달 한 번씩 그를 면회했다. 유영철이 대구교도소로 이감된 뒤에도 방문을 계속했다. 유영철도 안 목사에게 틈틈이 편지를 보내 심경을 털어놓곤 한다. 수감생활의 고통, 유년시절에 대한 회상뿐 아니라 마하트마 간디의 비폭력운동 등 철학적 얘기도 적지 않다.

현재 안 목사는 유영철을 포함해 사형수 8명의 교정을 맡고 있다. 흉악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지만 안 목사는 사형수들에게 마지막 희망을 주고 싶다고 했다. “‘여섯 살 무렵 꽃집에서 꽃향기를 맡은 뒤, 커서 꽃도 팔고 행복도 파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던 한 사형수의 말이 기억납니다. 교도소 안에서라도 새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손을 붙잡고 기도하는 순간에는 순한 양처럼 “감사하다”고 하지만 다음 날 폭력적으로 돌변하는 사형수들을 보며 속이 타들어갈 때도 많다. 잘 따라오고 있다고 여겼는데 갑자기 “더 이상 목사님을 보고 싶지 않다”며 만남을 거부하는 수감자도 있다. “사람은 금세 바뀌지 않아요. 특히 사형수들은 끊임없이 마음속에서 선과 악이 싸우고 있지요. 참고 기다려줘야 합니다.”

안 목사는 매일 오전 8시 지하철을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한다. 접견신청서를 작성하고 차례를 기다리는데, 접견인이 많을 때는 1시간 넘게 기다리기도 한다. 이래저래 반나절 걸려 그가 접견할 수 있는 시간은 단 10분. 그럼에도 그 10분의 만남을 기다리는 수감자를 위해 안 목사는 오늘도 전국의 구치소, 교도소로 발걸음을 옮긴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유영철#사형수#안홍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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