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 “선거당일에 개표결과 알긴 처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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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거자동화시스템으로 치러… 중앙선관위, 케냐 등도 지원 예정

4일(현지 시간) 열린 키르기스스탄 총선에서 비슈케크 시 투표소를 찾은 한 유권자가 광학판독개표기(PCOS)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비슈케크=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4일(현지 시간) 열린 키르기스스탄 총선에서 비슈케크 시 투표소를 찾은 한 유권자가 광학판독개표기(PCOS)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비슈케크=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현재 150만 명 넘게 투표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표 정보 전송은 전체 광학판독개표기(PCOS)의 95% 이상이 끝났다.”

4일(현지 시간) 오후 10시 13분, 키르기스스탄 중앙선거관리위원회(CEC) 기자회견장. 투이구날리 압드라이모프 선관위원장은 이날 치러진 키르기스스탄 국회의원 선거의 잠정 개표 결과를 발표했다. 1991년 옛 소련 연방으로부터 독립한 뒤 처음이다.

압드라이모프 선관위원장은 “한국의 지원으로 선거자동화시스템을 도입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키르기스스탄은 이번 총선에서 전통적인 투표함 대신 한국의 중소기업이 제작한 PCOS를 도입했다. PCOS는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투입하는 즉시 광학기술로 어디에 투표했는지를 판독한다. 그 결과는 투표 마감(오후 8시) 즉시 CEC 서버로 전송돼 전국 2374개 투표소에서 취합된 결과가 CEC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공식 개표 결과는 검표, 이의 제기 등을 거쳐 24일경 발표된다.

이 선거자동화시스템 구축은 한국 중앙선관위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이 총괄했다. 2013년 방한한 알마즈베크 아탐바예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 선거시스템을 도입하고 싶다”고 뜻을 밝혔고, 이에 따라 공적개발원조(ODA)의 일환으로 키르기스 선거자동화 구축 사업이 시작됐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자칫 잘못될
경우 부정선거 논란으로 큰 파장을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원준희 중앙선관위 키르기스 선거지원단장 “IT(정보통신)와 선거제도에 대한 낮은
이해도, 열악한 IT 인프라 등 어려운 점이 많았다”며 “9월부터는 키르기스 선관위와 매일 점검회의를 갖고 준비했다”고 밝혔다. PCOS 도입,
전산시스템 전면 교체 등 600만 달러의 물적 지원 외에 총 8차례에 걸친 선거 실무자 교육 등도 함께 진행했다.

새 선거시스템에 대해
키르기스 유권자들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키르기스는 2010년 부정선거를 계기로 시민혁명이 일어났을 만큼 투명한 선거에 대한 열망이 매우 높다.
이날 비슈케크시 1005번 투표소에서 만난 주마드로브 아질 씨(27)는 “바로 자동으로 결과가 인식된다고 하니 신뢰감이 크다”고 말했다.
반복됐던 이중 투표, 대리 투표 등의 문제도 사라졌다. 굴나르 주라바예바 선관위 부위원장은 “과거에는 지역 선관위원들이 특정 정당의 돈을
받고 투·개표 과정에서 투표 용지를 몽땅 집어넣는 등의 불법이 빈번했다”며 “이번에는 자동화로 불법 여지가 사라지니 지역 선관위원 모집이 어려운
의외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귀띔했다.

오후 8시 3분, 첫 개표 데이터가 CEC 서버에 전달됐고 오후 9시 30분 무렵에는 2200여 곳
투표소의 결과가 취합됐다. 수개표로 진행된 과거 선거에서는 개표에 최소 3일 이상이 소요됐다. 현지 언론 ‘클룹(Kloop)'의 아이술루
베르달리에바 기자는 “선거 당일 개표 속보를 보도 한 것은 처음”이라며 “한국이 지원한 새 선거시스템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고
호평했다.

주라바예바 부위원장은 “이번 선거는 국민들이 ‘우리도 깨끗하고 투명하게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국의 선거자동화 지원이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중앙선관위와 코이카는 내년에도 케냐, 에콰도르 등에서 선거자동화지원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새 선거시스템에 참가한 현지 유권자들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날 비슈케크 시 1005번 투표소에서 만난 주마드로브 아질 씨(27)는 “바로 자동으로 결과가 인식되니 신뢰가 생긴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 ‘클로프’의 아이술루 베르달리에바 기자는 “선거 당일 개표 속보를 보도한 건 처음”이라며 “한국이 지원한 새 선거시스템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고 호평했다. 중앙선관위와 코이카는 내년에도 케냐, 에콰도르 등에 선거자동화를 지원할 예정이다.

비슈케크=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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