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룡 원장 “자연으로 돌아가는 황새, 녹색운동의 아이콘으로 키워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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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사업 19년 만에 3일 8마리 방사하는 교원대 박시룡 원장

20년에 걸쳐 노력한 끝에 사라진 황새 복원에 성공해 자연방사를 앞두고 있는 박시룡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장.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20년에 걸쳐 노력한 끝에 사라진 황새 복원에 성공해 자연방사를 앞두고 있는 박시룡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장.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한반도에서 멸종된 황새가 복원돼 드디어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다니 꿈만 같습니다.”

3일 오후 3시 반 충남 예산군 광시면에 있는 ‘예산황새공원’에서는 천연기념물 제199호인 황새 8마리의 자연방사 행사가 열린다. 국내에서 황새가 멸종된 지 22년, 황새복원 사업을 진행한 지 19년 만이다.

이날 행사의 주역은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의 박시룡 원장(63)이다. 이 연구원은 국내 유일의 황새복원 연구기관이다. 박 원장이 황새복원 외길에 나선 것은 종(種) 자체가 사라지는 데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다. “20여 년 전 교원대에 부임한 뒤 ‘휘파람새 방언’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농촌에 흔한 여름 철새였지만 연구 시작 10년 뒤에는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아름다운 휘파람새의 지저귐이 사라진 거죠. 농약 사용과 농경지 개발 등이 원인입니다.”

그는 이때부터 사라져 가는 종을 복원하기로 마음먹었다. ‘1순위’로 황새를 삼았다. 황새가 우리 농촌생태계의 먹이 피라미드에서 가장 상위의 포식자이기 때문에 황새를 살리면 휘파람새도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박 원장은 1996년 황새 20여 마리를 러시아에서 들여와 복원 사업을 시작했다. 2002년 세계에서 네 번째로 황새 인공번식(알을 인공으로 부화시켜 실험실에서 키우는 것)에 성공했고, 이듬해에는 황새 어미가 새끼를 직접 기르는 자연번식까지 이뤄냈다.

2007년 6월 15일에는 수컷 ‘부활이’와 암컷 ‘새왕이’ 한 쌍을 당시 충북 청원군(지난해 청주시로 통합) 미원면 화원리 6600여 m² 규모의 황새 시험 방사장에서 처음 시험 방사했다. 박 원장은 “야생방사 결과 의외로 잘 적응했다”며 “왜가리나 백로 등에 비해 먹이 잡는 기술이 뒤떨어지는 황새가 환경오염 등으로 먹이가 줄어든 상황에서 잘 적응하지 못한 게 국내에서 멸종한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황새 복원 과정에서 대학 내 국유지를 무단 사용했다는 이유로 9000여만 원을 변상하라는 통보를 받아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황새는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에 91마리, 예산 황새공원에 74마리가 있다.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박 원장은 황새마을 조성을 추진했고, 문화재청은 2009년 충남 예산군을 전국 유일의 ‘황새마을’로 지정했다. 그는 “황새마을이 만들어지면 친환경 농산물 생산지라는 이미지가 각인돼 관광객이 늘고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효고(兵庫) 현 도요오카(豊岡) 시는 1965년부터 황새 복원사업을 벌여 지금은 110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 ‘황새의 춤’이라는 농산물 브랜드가 나오고 맨홀 뚜껑에까지 황새 문양을 새기는 등 황새도시로 변모해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박 원장은 “농산물 수확을 위해 농약을 쓰는 일이 합리화되면서 땅을 죽게 만들었고, 이는 곧 정신도 죽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황새 복원과 방사는 ‘종의 복원’을 넘어 우리 정신을 회복시키는 농촌녹색운동”이라고 강조했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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