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키우는게 내 소명…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보태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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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억 상당 재산기부… ‘유일한賞’ 받는 김모임 연세대 명예교수

‘제11회 유일한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모임 연세대 명예교수.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제11회 유일한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모임 연세대 명예교수.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1981년 간호사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국민의 정부 시절인 1998년에는 ‘간호사 출신 첫 보건복지부 장관’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여성정치연맹 총재, 대한적십자사 부총재도 지냈다. 그러나 다른 호칭보다 ‘교수님’, ‘선생님’으로 불릴 때가 가장 뿌듯하다고 한다. 김모임 연세대 간호대학 명예교수(79) 얘기다.

19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연세대 간호대학 응접실에서 만난 김 교수는 “사람을 쓸 만한 인재로 길러내는 게 가장 가치 있고 그게 내게 주어진 소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그는 8월 자택을 뺀 재산 26억 원 상당을 간호 발전에 써달라며 모교인 연세대에 기증했다.

유한양행은 이런 그를 제11회 유일한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삶을 실천해 온 점에서 유한양행 창업주인 고(故) 유일한 박사 정신의 계승자로 적합하다는 게 선정 이유다. 김 교수는 “후배들의 성장에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기부를 결정한 것”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실제 그는 국내에서 간호학의 위상을 높인 ‘산증인’으로 꼽힌다. 1973년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국내 간호사 최초로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2000년까지 연세대 간호대학 교수직을 맡아 후학 양성에 힘써 왔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문위원, 국제간호협회(ICN) 회장 등도 역임했다. ‘간호원’이던 호칭을 ‘간호사’로 바꾸는 데에도 그의 노력이 컸다.

기부 활동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8월 기증 건을 빼고 1993년경부터 시작한 기부액만 10억 원이 넘는다. 그는 “(이화여고, 연세대 등) 기독교 재단 학교를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회 공헌을 생각할 기회가 많았다”고 말했다. 재물 욕심에 연연했다면 쉽지 않았을 행동이다.

“돈을 모으는 특별한 재주나 노하우는 없어요. 다만 절약을 좀 잘해요. 옷을 잘 안 사 입고 명품이나 보석도 없어요. 나도 여자인데 이상하게 그런 게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남들의 시선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내 몸이 실은 내 것이 아니고 지금 가진 재산도 온전히 내 힘으로 이룬 것은 아니잖아요. 남들의 시선에 연연하는 게 제일 큰 병폐예요. 자기 인생을 살아야죠.” 남들의 시선 때문에 무리해서 큰 집에 살고, 비싼 차를 모는 데 삶을 허비하지 말라는 얘기다.

김 교수의 꿈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복지부 장관 시절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국민연금 확대 시행에 힘을 쏟은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나를 ‘사회주의자’라고 욕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좀 더 많은 이들에게 복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라고 회고했다.

유일한상 수상으로 받을 상금 1억 원도 기부할 예정이다. “유일한 선생이 ‘건강해야 주권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에 제약회사를 만들었다’고 했다지요. 저도 건강에 기여할 수 있는 국제적인 여성 지도자를 기르는 데 이 상금을 쓸 생각입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유일한상#김모임#연세대#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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