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 마지막 한국戰 참전비… “英노병들 잊혀진 전쟁서 끝내 승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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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스강변에 정전 61년만에 건립… 英신문 “용사들 끈질긴 청원 결실”
朴대통령-英여왕 축하 메시지… 윤병세 장관 등 양국 500명 축하

3일 영국 런던 템스 강변의 국방부 건물 인근에서 열린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 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태극기와 영국 국기, 영국한국전참전용사협회 기를 들고 한국전에서 목숨을 바친 전우를 상징하는 청동상 옆에 도열한 영국 참전용사들을 둘러싼 채 대화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제공
3일 영국 런던 템스 강변의 국방부 건물 인근에서 열린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 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태극기와 영국 국기, 영국한국전참전용사협회 기를 들고 한국전에서 목숨을 바친 전우를 상징하는 청동상 옆에 도열한 영국 참전용사들을 둘러싼 채 대화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제공
정전협정 체결 61년 만에 6·25전쟁 참전 기념비가 영국 런던에 세워졌다. 영국은 6·25전쟁 때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8만1084명의 전투 병력을 파병해 1106명이 전사했지만 참전 16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참전 기념비가 없었다.

템스 강변의 영국 국방부 인근 임뱅크먼트가든에 설치된 영국군 참전 기념비는 3일(현지 시간) 제막식을 갖고 일반에 공개됐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런던의 상징물인 빅벤과 대관람차 ‘런던아이’가 한눈에 보이는 곳이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영국의 한국전 참전용사들이 ‘잊혀진 전쟁’에서의 희생을 기리는 기념물을 건립해 달라는 수년간의 청원 끝에 결실을 거둠으로써 그들의 ‘마지막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다”고 보도했다. 영국 가디언도 “한국이 정전 60여 년 만에 참전 영국 군인들의 희생에 감사를 표했다”며 “기념비 건립 비용 100만 파운드(약 17억5000만 원)도 한국 정부와 한국 기업, 영국 내 한국 교민들이 부담했다”고 전했다.

이날 제막식에는 6·25전 참전용사 320명을 비롯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영국 여왕의 사촌인 글로스터 공작, 임성남 주영국 대사, 마이클 팰런 영국 국방부 장관 등 양국 인사 500여 명이 참석해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윤 장관을 통해 전한 축사에서 “돈독한 양국 관계의 상징인 참전 기념비를 통해 앞선 세대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이 후손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도 글로스터 공작을 통해 “참전 기념비가 두 나라 우호 증진의 가교가 될 것”이라고 치하했다. 지난해 11월 박 대통령이 영국을 국빈 방문해 윌리엄 왕세손과 함께 기념비 기공식을 한 것을 계기로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이날 결실을 보게 됐다. 기념비 건립을 추진해 온 참전용사 앨런 가이 씨(82)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영광스러운 장소에 훨씬 큰 기념비가 들어섰다”며 “꿈이 이뤄졌다”고 반겼다.

참전 기념비는 흰색 포틀랜드석을 깎아 만든 5.8m 높이의 첨탑 앞에 영국 조각가 필립 잭슨이 조각한 영국군 청동상이 서 있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첨탑 4개 면에는 한반도 지도와 태극기, 영국 국기, 유엔기, 한반도의 풍경이 새겨졌다. 당시 전쟁에서 영국군 1106명이 전사하고 1060명이 포로로 잡혀 고초를 겪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기념비 주위의 바닥 석재는 전쟁 당시 격전지였던 경기 포천시에서 재료를 가져와 사용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6.25#참전#기념비#템스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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