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중 교수 “막중한 책임감… 韓-日가교역할 최선 다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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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강상중 교수, 한국인 첫 일본 종합대학 총장 선임

한국 국적의 재일교포 2세 정치학자인 강상중 교수(62·사진)가 일본 세이가쿠인(聖學院)대 학장(한국의 총장)에 선임됐다. 한국 국적자가 일본의 4년제 종합대 총장에 선임된 것은 처음이다.

30일 세이가쿠인대에 따르면 대학 이사회는 22일 임기 만료를 앞둔 현 학장의 후임자로 강 교수를 선임했다. 임기는 내년 4월 1일부터 5년간이다. 세이가쿠인대는 도쿄(東京) 북쪽의 사이타마(埼玉) 현에 있는 기독교계 미션스쿨이다. 한국 국적자인 한방전문의 정종철 교수(64)가 지난해 사이타마 현의 일본 약대 학장에 선임된 바 있지만 단과대였다.

1950년 구마모토(熊本) 현에서 출생한 강 교수는 와세다대와 독일 에를랑겐대에서 정치사상사를 전공한 뒤 1998년 한국 국적자로는 처음으로 도쿄대 정교수가 됐다. 이후 활발한 저술 및 신문 기고 등의 활동을 통해 재일동포 문제와 한일 관계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깊이 있는 주장을 펼쳐왔다. 부드럽지만 설득력 있는 그의 화법은 일본에서 ‘강 사마(樣·신이나 왕족 등에 국한해서 붙이는 극존칭)’ 열풍을 낳았고 펴내는 책마다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2010년에는 도쿄대 현대한국연구센터 초대 센터장을 맡아 일본 내에서의 한국 알리기에 선구적 역할을 해왔다.

강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 비하 논란으로 파문을 일으킨 민주당 홍익표 전 원내대변인의 ‘귀태(鬼胎·태어나서는 안 될 사람)의 후손’ 발언으로도 이름이 알려졌다. 홍 전 대변인이 귀태의 출처로 인용한 책 ‘기시 노부스케(岸信介)와 박정희’의 공동저자가 강 교수이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책에서 “귀태란 관동군의 독주에서 패전에 이르는 시기를 일본 역사의 ‘비연속적 시대’라고 규정했던 작가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의 조어다. ‘태어나서는 안 될, 불길한, 사위스러운’ 같은 부정적 뉘앙스가 강한 말”이라고 했다. 기시 노부스케는 A급 전범 용의자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외조부다.

강 교수는 도쿄대 정년이 2년 남았지만 4월 세이가쿠인대로 적을 옮긴 뒤 특정 학과에 소속되지 않은 ‘전학(全學) 교수’로 재직해왔다. 그는 도쿄대 고별 강연에서 “한국은 날 낳아준 부모고, 일본은 날 길러준 부모”라며 “국립대 교수직을 떠나 좀 더 자유로운 상황에서 한일 관계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날도 학장 선임 소감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한국과 일본의 가교 역할을 해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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