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소방관 “마스크 벗고 딸과 산책할 생각에 가슴설레”

  • 동아일보

정부지원 끊겨 치료 막막했던 온몸 3도화상 김진태 소방관
피부과 원장 무료 시술로 새 삶

김진태 소방관(왼쪽)이 최근 1년간 5000만 원대의 레이저 시술을 무료로 해준 강진문 원장과 포즈를 취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김진태 소방관(왼쪽)이 최근 1년간 5000만 원대의 레이저 시술을 무료로 해준 강진문 원장과 포즈를 취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붕대로 온몸을 칭칭 감은 아빠에게 네 살배기 딸은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겁먹은 표정으로 침대 가장자리를 맴돌다 이내 눈물을 쏟았다. “아빠 맞아? 미라 아냐?”

2008년 12월 경기 이천물류창고 화재 진압작전에 투입됐다 온몸에 3도 화상을 입은 김진태 소방관이 닷새 만에 가족과 만난 날이었다.

김 씨는 화상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서울 한강성심병원 중환자실에서 두 달가량 치료받았다. 일반병동으로 옮겨서는 피부이식, 일반적인 레이저 시술도 수차례 받았다. 사고 전 사진을 병상에 붙여놓고 매일 밤 기도했다. “마스크를 벗고 소방관 일을 다시 할 수 있게 해주세요.”

희망대로 6개월 만에 복직했다. 구조현장을 누빌 수도, 마스크를 벗을 수도 없었지만 내근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했다. 그의 사연은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각계각층의 칭찬과 격려가 이어졌다.

하지만 고통은 계속됐다. 화상은 치료를 많이 받는다고 해서 더 좋아지지는 않는다. 이식받은 피부조직이 쪼그라들고 뒤틀리는 켈로이드 발진이 그를 괴롭혔다. 치료를 받을수록 피부는 붉은 파도가 출렁이는 듯 우둘투둘해졌다. 정부로부터 치료비 전액을 지원받는 기간(3년) 만료가 다가오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구제역 파동이 지나간 2011년 제도가 개선돼 기간 제한 없이 치료를 받게 됐다. 문제는 일반적인 피부과 치료로는 더이상 좋아지기 어렵다는 의사의 소견이었다. 성형외과에서 주로 사용하는 값비싼 레이저 시술이 필요했지만 정부 지원 범위 밖이었다.

치료를 중단하려던 순간 그는 얼굴도 본 적이 없던 의사로부터 도움을 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기존 화상치료에 비해 열 손상, 통증, 홍반현상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핀홀 3.0’ 치료법을 개발한 서울의 한 피부과 강진문 원장이었다. 지난해 6월이었다. 강 원장은 6월까지 김 씨를 포함한 9명의 소방관을 무료로 치료했다.

김 씨는 지워버릴 뻔했던 희망이라는 두 글자를 가슴속에 다시 새겼다. “이제는 딸과 외출할 때 마스크를 벗어도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그날이 점차 또렷해지고 있어요.”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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