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실화와 북한 실상을 다룬 영화 ‘48미터’를 기획한 탈북자 출신 박사 1호 안찬일 중앙대 교양학부 교수(왼쪽)와 연출을 맡은 민백두 감독. 48m는 탈북자의 생사를 가르는 압록강의 최단 폭이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4일 개봉한 ‘48미터’는 특별한 영화다. 남한 내 탈북자 10여 명이 북한 인권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4억 원이 넘는 제작비를 모아 기획한 작품이다. 지난해 9월 스위스 제네바 유엔 인권위원회와 미국 하원에서 특별시사회를 가져 국제적인 관심을 끌었다.
탈북자들의 실화를 담은 영화 ‘48미터’의 한 장면. CJ E&M 제공제목 ‘48미터’는 북한 양강도 혜산시와 중국 지린(吉林) 성 창바이(長白) 현 사이를 흐르는 압록강의 최단 폭을 의미한다. 수많은 탈북자가 이곳을 지나 중국으로 향했다. 영화는 생사를 가르는 48m에서 벌어진 실화와 북한의 실상을 증언한다. 언 강물 위에서 강아지를 좇다가 월경으로 오인돼 총 맞아 죽는 아이, 병든 아버지를 중국 병원으로 보내려는 딸, 일부러 탈북을 부추겨 실적을 올리려는 북한 국경수비대의 모습이 나온다. 배가 고파 어린 여동생을 시장에 팔러 나온 초등학생 오빠도 있다.
5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영화를 기획한 안찬일 중앙대 교양학부 교수(59)와 연출을 맡은 민백두 감독(44)을 만났다. 안 교수는 탈북자 출신 1호 박사다.
안 교수는 “지금까지 탈북 영화는 북한의 실상을 생생하게 보여주지 못했다”며 “21세기에도 압록강가에서는 생과 사를 넘나드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친동생이 넘어오는 것처럼 가슴을 졸였다”고 했다. 안 교수 외에도 안혁 북한정치범수용소해체운동본부 대표, 북한 외교관을 지낸 고영환, 현성일 씨 등이 제작에 참여했다.
민 감독은 “영화에 담긴 내용이 모두 실화”라고 강조했다. “실상은 더 끔찍해요.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으려고 표현을 많이 순화했죠. 실제로 탈북하다 잡히면 알몸 상태에서 눈, 코, 항문에서 물이 나올 때까지 각목으로 맞아요. 성기나 항문에 감췄을지 모르는 달러를 찾기 위해서죠.”
안 교수는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해 북한인권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자극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탈북한 사람은 20만 명이 넘지만, 남한에 들어온 사람은 2만3000여 명에 불과해요. 나머지는 강제로 북송되거나 아시아 각국을 떠돌고 있어요.” 안 교수는 지난해 중국 정부의 탈북자 북송에 반대하며 단식투쟁을 벌였다.
민 감독은 영화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신경 썼다고 했다. “북한의 산에는 나무가 없잖아요. 지난해 겨울 충북 제천시의 민둥산에서 밤샘 촬영을 했어요. 시체 역할을 한 배우들은 꽁꽁 언 강에서 몇 시간씩 누워있었죠. 영하 28도까지 떨어진 날씨였어요.”
안 교수는 옛날 자신의 탈북 과정을 떠올렸다. 1979년 서부 군사분계선을 넘을 당시 그는 인민군 부소대장(상사)이었다. “제가 지나온 지뢰밭은 480m가 넘을 겁니다. 3300V 고압선도 운 좋게 통과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영화에서 북녘 동포들은 48m를 못 넘고 최후를 맞아요. 영화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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