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독대 뻗치기… 벼랑끝 전술 통했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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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통일부 장관’ 박재규, 13년전 장관급회담 일화 공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게 해 달라. 안 그러면 남북회담은 올스톱이다. 오히려 내가 북쪽을 상대로 벼랑 끝 전술을 폈죠.”

6·15남북공동선언 13주년을 이틀 앞둔 1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박재규 당시 통일부 장관(경남대 총장·사진)은 남북 1차 정상회담 직후인 2000년 8월 29일부터 9월 1일까지 평양에서 제2차 장관급 회담을 하다 자강도 초대소에 있던 김 위원장을 독대하게 된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남북 합의대로) 개성공단을 건설하려면 경의선이 연결되고 군부대 지뢰밭이 제거되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북측은 군의 반대를 핑계로 안 된다는 거였어요. 그럼 (지금까지 남북이 한 말이) 모두 거짓말 아니냐. 나도 장관으로 앉아 있을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 그래서 붙은 겁니다.”

김용순 당시 노동당 대남비서가 “제발 이러지 말라”고 말렸지만 박 장관은 “당신도 필요 없다. (회담 수석대표인) 전금진도 김영남도 안 된다면 답할 사람은 누구냐. 김 위원장이다”고 버텼다. 결국 김 비서는 오후 10시경 박 장관을 과거 김일성 주석이 타던 특별열차로 안내했다.

박 장관은 태풍 속을 열차로 8시간 달려 다음 날 오전 6시 반 초대소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과 오찬 회동을 한 박 장관은 3시간 독대 끝에 군사당국자 간 회담 개최, 경의선 철도 연결 및 문산∼개성 도로 개설, 백두산 시범 관광단 교환 등 무려 17개 항의 합의를 들고 돌아오게 된다.

박 전 장관은 14일 경남대와 미국 우드로윌슨센터가 공동 주최하는 한반도 문제 세미나(제4차 워싱턴포럼)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으며 이 같은 과거 회상은 최근 무산된 남북 당국 간 회담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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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규#장관급회담 일화#김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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