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대 사태’ 희생경관 청동 부조로 부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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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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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U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순직 24년만에 3일 부산서 제막식… 유가족 “경찰 희생 더이상 없었으면”

부산지방경찰청 앞 추모공간에 마련된 동의대 사태 당시 순직한 7명의 경찰관과 전투경찰 부조(왼쪽). 오른쪽 공간에는 이들 7명을 상징하는 검은 추모석 7개가 국가를 수호한다는 뜻에서 참수리 날개처럼 반원으로 둥글게 설치돼 있다.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부산지방경찰청 앞 추모공간에 마련된 동의대 사태 당시 순직한 7명의 경찰관과 전투경찰 부조(왼쪽). 오른쪽 공간에는 이들 7명을 상징하는 검은 추모석 7개가 국가를 수호한다는 뜻에서 참수리 날개처럼 반원으로 둥글게 설치돼 있다.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정면을 응시한 채 어깨에 계급장을 단 경찰 7명의 얼굴은 살아있는 듯했다. 그 곁에는 ‘해마다 한 맺힌 설움 다시 도져, 핏빛 장미 울음 터뜨릴 무렵 오월이 오면, 님들의 고혼을 어찌 달랠 수 있었으리까’라는 추모시가 적혀 있다. 1989년 동의대 사태 당시 숨진 경찰관과 전투경찰 7명을 추모하기 위해 2009년부터 만든 부산 연제구 연산동 부산지방경찰청 앞 추모공간에 3일 공개될 부조다.

경찰청은 3일 오전 10시 반 이곳에서 ‘동의대 사태’ 24주기를 맞아 당시 희생된 경찰관 부조 제막식을 연다. 순직 경찰관 유족과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이성한 경찰청장, 전몰군경 유족회 등 5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부조는 중앙에 고 최동문 경위를 중심으로 오른쪽에 고 박병환 경사 정영환 경사 조덕래 수경이, 왼쪽에 고 서원석 모성태 김명화 수경이 자리 잡고 있다. 살구색으로 채색된 이들의 얼굴은 마치 살아 숨쉬는 듯하다. 부조 제작에 들어간 청동은 총 100kg. 이를 제작한 한서대 문종승 교수는 손톱만 한 사진을 스케치해 형틀 작업, 밀랍 조형, 주물 작업, 그라인딩, 샌딩, 채색 작업을 거쳐 42일 만에 부조를 완성했다. 그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의 마음을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동의대사건 경찰유족회 정유환 대표(54·고 정영환 경사의 형)은 “이제야 고인의 명예가 어느 정도 회복된 것 같다. 법질서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잃은 경찰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동의대 사태는 1989년 5월 3일 경찰이 동의대 중앙도서관에 잡혀 있던 경찰관 5명을 구출하기 위해 농성 중이던 학생들을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경찰관과 전투경찰 7명이 사망한 사건.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 회복과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김대중 정부 때인 2002년 4월 동의대 사태 시위자 46명은 민주화 운동가로 인정받았지만 경찰관의 희생은 인정되지 않았다. 2009년 발의된 ‘동의대 사건 등 희생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2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희생자들에 대한 보상의 길이 열렸다. 올해 2월 보상금 심의위원회에서 국가가 순직 경찰관 1인당 최고 1억2700만 원을 보상할 것을 최종 의결했다.

경찰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동의대 사태 순직 경찰을 추모하기 위해 전국 경찰서에 ‘당신들의 희생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들의 엄정한 경찰 정신을 이어 가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설치했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그동안 남몰래 흘렸던 유가족의 눈물을 이제야 닦아주게 됐다”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조용휘 기자·조동주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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