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만에 돌아온 고향 평창… 金 따서 친엄마 찾고 싶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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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셜올림픽 스노슈잉 美 대표 태 헴사스씨

29일 개막하는 평창 겨울 스페셜올림픽의 스노슈잉 부문에 미국 대표로 출전하는 태 헴사스 씨.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제공
29일 개막하는 평창 겨울 스페셜올림픽의 스노슈잉 부문에 미국 대표로 출전하는 태 헴사스 씨.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제공
“35년 만에 고향인 평창으로 돌아왔어요. 한 번도 소식을 들은 적은 없지만 나를 낳아준 엄마를 만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금메달을 꼭 따야겠죠?”

강원 평창에서 태어난 세 살배기 여자 아이가 1978년 미국으로 입양됐다. 35년 뒤 그 아이는 미국 국가대표 선수 자격으로 고향을 다시 찾았다. 29일 개막하는 평창 겨울스페셜올림픽 스노슈잉 부문에 출전한 태 헴사스 씨(38)가 주인공이다.

27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숙소에서 만난 그는 “한국에 오는 건 꿈에서만 있는 일인 줄 알았는데 현실이 됐다”며 인터뷰 시작부터 눈물을 참지 못했다. 이날 그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초청으로 경기 용인시의 한국민속촌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어릴 적부터 ‘한국은 예의 바른 나라, 한국 사람은 따뜻하다’라는 환상이 있었어요. 어떤 사람들은 한국은 가난하냐고 노골적으로 물었지만 제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냥 나의 나라일 뿐이었죠.”

지적장애를 가진 헴사스 씨는 말이 어눌했지만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는 “잡채를 좋아하고 김치는 하나도 맵지 않다”며 한국 음식에 대한 애정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가 출전하는 부문인 스노슈잉은 전용 신발을 신고 눈길을 뛰는 경기다. ‘눈 위의 마라톤’으로 불린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소모되는 열량이 크로스컨트리 스키보다 높다. 볼링 농구 배구 등 다양한 운동 종목에서 재능을 보여 온 그는 지난해 처음 스노슈잉을 시작해 1년 만에 뉴욕 대표를 거쳐 미국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헴사스 씨는 “다리가 워낙 튼튼해 언덕을 오르내리며 뛰는 걸 좋아한다”며 “체력적으로 도전이 될 수 있는 운동을 즐긴다”고 말했다.

장애가 있는 헴사스 씨를 국가대표 운동선수로 키운 일등공신은 그의 양어머니 수 헴사스 씨다. 입양 후 남편과 이혼한 그는 싱글맘으로 헴사스 씨를 키웠다. 헴사스 씨가 ‘JM 머리센터’ 공장에서 칫솔에 로고를 새기는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운동 외에 안정된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 양어머니 덕분이었다. 헴사스 씨는 “금메달을 따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늘 양어머니였다”며 “이번에는 양어머니와 친어머니 모두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헴사스#평창 겨울스페셜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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