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인도 케랄라, 밀양 백중놀이, 호미씻이 제주도 신굿. 김수남기념사업회 제공
한국과 아시아의 무속 문화를 필름에 담아온 김수남 작가(1949∼2006)의 유작(遺作)들이 디지털로 빛을 보게 됐다. NHN은 김 작가가 남긴 16만여 점의 슬라이드 필름과 네거티브 필름, 인화지 등을 스캔해 디지털 이미지로 복원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김 작가는 무속 문화를 전문적으로 다뤘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문화사적 측면에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굿을 민속신앙과 전통문화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데 공헌한 인물로 꼽힌다.
월간 ‘세대’와 동아일보에서 사진기자로 근무했던 그는 일찍부터 기층문화를 기록하는 일에 관심을 가졌다. 1970년대부터는 국내 곳곳의 마을에서 벌어지는 굿판을 사진에 담았다. 당시만 해도 굿은 미신에 불과하기 때문에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전통문화로 인식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또 개발과 도시화, 산업화 과정 속에서 마을을 떠나는 사람이 늘어나고 전통 풍습을 전수, 계승하는 일도 점차 어려워졌다. 김 작가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이런 광경들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굿판을 찾았다.
1980년대 말부터는 활동무대를 외국으로 넓혔다. 산업화, 도시화 탓에 오랜 기간 이어온 토속문화가 사라지는 것은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중국, 인도, 네팔, 미얀마 등 무속문화가 남아 있는 아시아의 오지(奧地)를 찾아 그곳 사람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이렇게 모은 작품들을 ‘한국의 굿’ ‘아시아의 하늘과 땅’ 등 수십 권의 사진집을 통해 일반에 소개했다. 이처럼 활발한 활동을 펼친 김 작가는 2006년 2월 작품 활동을 위해 찾은 태국 치앙라이에서 숨을 거뒀다. 그해 12월에는 생전의 공을 인정받아 옥관문화훈장을 추서받았다. 1년 뒤 김인회 전 연세대 교수,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임돈희 동국대 석좌교수 등 그를 아끼던 학계와 문화계의 인사들은 ‘김수남 기념사업회’를 구성해 그를 기리는 행사와 전시회를 열어왔다.
하지만 필름 작품을 오랜 기간 보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태가 나빠지고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념사업회는 그의 작품을 영구히 남기기 위해 디지털화하는 방법을 찾았고, 이 소식을 들은 NHN이 작업을 맡기로 했다. NHN이 비용 전액을 부담하는 대신 사용권을 얻었다. NHN은 복원을 끝내면 인터넷 포털 네이버를 통해 이를 서비스할 예정이다. 작품명, 촬영연도 등 사진에 대한 세부정보도 함께 제공한다. 이에 따라 김 작가의 작품은 촬영 장소와 시기별로 인터넷으로 검색할 수 있게 된다. NHN은 김 작가 유작의 디지털화 작업을 완료하면 온라인 특별전시회도 열 계획이다.
故 김수남 작가특히 김 작가의 작품들이 디지털로 복원되면 문화인류학을 연구하는 학자들도 연구 활동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태국의 소수민족을 연구하는 인류학자가 현지에 가지 않고도 이 지역의 생활방식을 생생하게 볼 수 있고, 필리핀 민다나오 섬의 전통문화 자료가 필요한 학자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NHN 측은 이번 작업에 대해 “역사의 기록이자 고급 문화콘텐츠인 김수남 작가의 사진을 인터넷을 통해 많은 이들이 찾을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도 문화인류학적 가치가 큰 고전 콘텐츠의 발굴과 디지털화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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