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든 단절과 분단의 상황을 새 한 마리를 통해 단순하지만 강렬하게 표현했군요. 인상적입니다.”
3일 오후 1시 분단을 상징하는 임진각.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인 앤서니 브라운 씨(65)가 명지대 시각디자인학과 남궁영윤 씨(20)의 작품을 보며 이렇게 평가했다. 평화를 주제로 철책선 위에 노란 새 한 마리를 그려 넣은 작품이었다.
그림책 ‘고릴라’ ‘돼지책’ ‘마술연필’로 유명한 브라운 씨는 경기도문화의전당이 주최하는 경기 키즈 아트 페스티벌(4월 30일∼5월 6일) 행사의 일부로 열리는 자신의 그림책 전시회를 위해 방한했다. 직접 글을 쓰고 그림도 그리는 그는 영국 아동문학계에서 가장 뛰어난 작가인 ‘영국 계관 아동문학가’이자 유명한 세계 그림책상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수상자이다. 지난해 동아일보가 국내 어린이책 편집장들에게 의뢰해 뽑은 ‘최고의 어린이책 작가’이기도 하다.
이날 그가 명지대 시각디자인학과 학생 40명과 임진각을 찾은 것은 작품 활동에 필요한 영감을 얻고 일러스트를 배우는 학생들의 작품을 평가해주기 위해서였다. 명지대 학생들은 분단부터 인류의 평화, 인간과 자연의 공존까지 다양한 주제의 작품을 그려 보였다.
브라운 씨는 그림책 작가인 부인 하네 바르톨린 씨와 함께 학생들의 작품 하나하나를 살펴보며 세심하게 평가했다. 전쟁이 끝나면 쓸모없게 될 총과 평화를 상징하는 데이지 꽃으로 영어 단어 ‘Peace’를 형상화한 맹주영 씨(21)의 작품을 보고 브라운 씨는 “평화를 강렬하게 잘 표현했다”고 칭찬했다. ‘친구와 함께 있을 때 평화를 느낀다’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낸 김다은 씨(23)는 “유명 작가로부터 재미있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아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총평을 부탁하자 브라운 씨는 “평화라는 큰 주제를 단 한 장의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자신의 생각을 작품으로 잘 표현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임진각 위에서 주변 지형을 살펴보며 분단의 역사를 전해들은 브라운 씨는 “같은 나라가 나뉘어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다”며 이날의 경험이 언젠가 작품의 소재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의 작품 전시회는 다음 달 3일까지 경기도문화의전당 갤러리에서 열리며 이후에는 국내 순회 전시회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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