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상홍 삼양그룹 명예회장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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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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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庸之道’의 가르침 잊지 않겠습니다

홍일식 열린사이버대 총장 · 전 고려대 총장
홍일식 열린사이버대 총장 · 전 고려대 총장
남령 김상홍 명예회장님!

이제 더는 뵐 수도, 그 인자하신 말씀을 들을 수도 없다고 생각하니 벅찬 슬픔이 물밀듯 밀려옵니다. 평생을 앞에 나서기보다 늘 조용히 뒤에서 큰 힘이 되어주시던 회장님! 어찌하여 저희만 남겨두고 이렇게 홀연히 먼저 가십니까? 경제계뿐 아니라 이 사회의 큰어른이신 회장님을 다시는 더 못 뵌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애통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습니다.

회장님께서는 진정 겸손지덕의 귀감이셨으며 중용지도(中庸之道)를 몸소 실천하신 큰어른이셨습니다. 어렵고 힘들 때마다 여러 사람들의 처지를 들어주시고 화해의 분위기를 만들어 주시는 진실한 기업인이셨습니다.

회장님의 높은 인품을 어찌 몇 마디의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일찍부터 선대의 본을 받아 우애를 귀히 여기시고 실천해오신 회장님께서는 계씨 되시는 김상하 회장님과 함께 삼양그룹을 훌륭히 이끌어 오시면서 재계의 큰 귀감이 되셨습니다. 오늘날의 대기업을 이끌어 오시는 회장님이시지만 온화한 옛 선비와 같은 겸손함 앞에 늘 고개가 절로 숙여지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경영 현장에 임하여서는 기업인으로서의 엄격한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셨습니다. 우리나라 근대 산업계의 선구자이셨던 수당 김연수 선생으로부터 엄격한 후계자 수업을 받은 회장님께서는 창업보다 더욱 어렵다는 수성(守成)을 빈틈없이 이루어 내셨습니다. 특히 회장님은 아버님 되시는 수당 선생을 지극히 존경하셨고, 평소 아버님의 그림자조차도 밟지 않으시는 그런 엄정한 몸가짐으로 일관하셨습니다.

생전에 회장님께서는 “젊은 날부터 나는 삼양사 사람이었고 회사 일을 빼놓고서는 다른 생활을 생각할 수 없다”고 하시며 회사 업무에 각별한 애정을 쏟으셨습니다. 이제 지난 60여 년간 온 열과 성을 다해 쌓아 오신 회장님의 공적을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회장님께서는 오늘날 삼양그룹의 기반을 더욱 탄탄하게 만드셨을 뿐 아니라 선대로부터 이어 내려온 산업보국의 꿈과 이상을 실현하셨습니다.

저는 회장님의 형님 되시는 남재 김상협 전 총리님의 각별한 사랑을 받아왔으며, 뒤이어 회장님의 부름을 받아 수당상 운영위원장 직을 맡아 수행하는 동안 회장님 형제분들의 그 따뜻한 인품과 우애에 더욱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남령 회장님!

수많은 뒷사람은 회장님의 온화한 인품과 한없는 사랑을 오래 두고 기억할 것입니다. 남아있는 저희들은 회장님께서 남겨주신 큰 사랑을 가슴에 안고 이제 회장님과의 작별의 고통을 이겨내고자 합니다.

남령 회장님!

이제는 무거운 세속의 짐을 벗으시고 부디 편히 잠드소서. 삼가 김상홍 명예회장님의 명복을 천지신명께 기원합니다.

홍일식 열린사이버대 총장·전 고려대 총장
故 김상홍 명예회장 빈소 정·재·학계 조문 이어져

구본무 LG그룹 회장(가운데)이 25일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김상홍 삼양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아 김윤 삼양사 회장(왼쪽) 등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문하고 있다. 사진 제공 삼양그룹
구본무 LG그룹 회장(가운데)이 25일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김상홍 삼양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아 김윤 삼양사 회장(왼쪽) 등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문하고 있다. 사진 제공 삼양그룹
23일 별세한 김상홍 삼양그룹 명예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25일에도 정계와 재계, 학계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상주인 김윤 삼양사 회장과 김량 삼양제넥스·삼양사 사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조문객들을 맞았다.

김각중 경방그룹 명예회장을 비롯해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장(효성그룹 회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등 재계 주요 인사들이 빈소를 찾았다.

이현재 이한동 전 국무총리, 원혜영 전 민주당 원내대표 등 정·관계 인사와 조완규 전 서울대 총장, 최동호 세종대 이사장 등 학계 인사들도 조문했다.

또 삼양사 창업자인 수당 김연수 선생의 아호를 따서 만든 수당상 수상자인 정진홍 서울대 명예교수, 고인과 보성전문학교(고려대 전신) 동문인 이철승 서울평화상문화재단 이사장도 빈소를 찾았다.

이에 앞서 24일에는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등 재계 주요 인사들이 찾아왔다. 또 진념 전 부총리,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권이혁 전 서울대 총장,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도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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