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 ‘하나’가 된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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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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濠 휴머스턴 여사, 6·25전사 남편 곁 합장… 60년만에 안식

오늘 부산 유엔공원서 추모식

1995년 낸시 휴머스턴 여사가 부산 남구 대연동 유엔기념공원에 있는 남편의 묘소 앞에서 깊은 상념에 빠져 있다. 왼쪽은 남편 휴머스턴 대위. 사진 제공 낸시 휴머스턴 유족
1995년 낸시 휴머스턴 여사가 부산 남구 대연동 유엔기념공원에 있는 남편의 묘소 앞에서 깊은 상념에 빠져 있다. 왼쪽은 남편 휴머스턴 대위. 사진 제공 낸시 휴머스턴 유족


지난해 6월 22일 부산 남구 대연동 유엔기념공원으로 한 통의 편지가 왔다. 발신지는 주한 호주 대사관. 편지 내용은 이랬다. “6·25전쟁 때 전사한 케네스 존 휴머스턴 대위가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돼 있습니다. 2008년 숨진 그의 아내 낸시 휴머스턴 여사가 남편 곁에 묻히고 싶다고 유언을 했습니다. 유엔공원에서 허락해 주시기를 요청합니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0월 3일 경북 왜관 근처 낙동강 전투에서 제27영국연방여단 호주연대 3대대 소속 휴머스턴 대위(당시 34세)는 교전 도중 숨졌다. 사망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당시 낙동강과 경북 성주에는 호주군과 영국군이 투입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전우들은 대구 유엔군 전사자 가묘에 그의 시신을 안장했다. 이듬해 4월 그의 유해는 부산 남구 대연동 유엔공원으로 이장됐다.

사망확인서에 그의 군번은 3/37558, 키 170cm, 몸무게 63kg, 갈색 머리카락, 감리교 신자로 기록돼 있다. 눈동자 색은 확인할 수 없었다. 홀로 남은 휴머스턴 여사는 남편을 잊지 못했다. 한국을 지킨다는 대의를 위해 머나먼 이국땅에서 산화한 남편을 그리워하며 평생 홀로 지냈다. 자녀도 없었다. 2008년 10월 휴머스턴 여사도 91세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숨지기 전 조카 테리 홈스 씨(61)에게 “내가 죽으면 유해를 한국에 있는 남편 묘소 곁에 뿌려다오. 이제 남편 곁에 있고 싶다”는 유언을 남겼다.

그의 유언은 실현됐다. 유족이 지난해 주한 호주대사관에 소식을 전한 뒤 유엔기념공원의 최종 허가를 받았다. 14일 오후 2시 유엔기념공원에서 영연방국가(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참전용사와 유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유해 합장식과 추모식을 갖는다. 합장식을 4월로 한 것은 영연방군의 1951년 4월 가평지구 전투 승리를 기념해 매년 영연방 소속 노병들이 부산을 찾고 있기 때문.

6·25전쟁 기간 호주는 육군 3개 대대와 항공모함 2척을 포함한 해군 함정 11척, 3개 전투비행대대를 한국에 파견했다. 교체 병력을 포함해 총인원 1만7000여 명을 보낸 호주군의 전사자는 339명에 이른다. 이 중 281명이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돼 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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