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에 최대한 자유 주고 책임감도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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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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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명문 사립 이튼칼리지 리틀 교장, 서울 하나高서 강연

영국의 세계적 명문 사립학교인 이튼칼리지의 토니 리틀 교장이 12일 서울 하나고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리틀 교장은 학생들에게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좋은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라”고 조언했다. 박영대 기자
영국의 세계적 명문 사립학교인 이튼칼리지의 토니 리틀 교장이 12일 서울 하나고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리틀 교장은 학생들에게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좋은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라”고 조언했다. 박영대 기자
“우수한 시험 성적을 내는 ‘좋은(good) 학교’는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훌륭한(great) 학교’는 시험 성적 이상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영국의 세계적 명문 사립학교인 이튼칼리지의 토니 리틀 교장은 12일 서울 하나고를 방문해 전교생이 참석한 가운데 강연을 했다. 1440년 헨리 6세 때 설립된 이튼칼리지는 6세기에 걸쳐 영국 총리 18명을 비롯해 수많은 정치, 학문, 문화계 인사를 배출해 왔다. 13세부터 18세까지의 남학생 1300여 명이 기숙사에서 공동생활을 하며 인문학과 스포츠에 높은 비중을 두는 게 이튼칼리지의 특징이다.

리틀 교장은 “이튼칼리지는 학과 수업보다도 다양한 체험을 기반으로 한 인성교육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튼칼리지는 월 수 금요일에는 점심식사 후 학과 수업이 전혀 없는 대신 스포츠나 예술 활동에 전념한다. 모든 학생은 소그룹별로 럭비, 크리켓, 축구, 테니스 등 다양한 스포츠 활동과 연극, 음악 등 예술 활동에 참여한다. 학교에는 각종 체육시설과 음악 연습실 등 모든 환경이 갖춰져 있다.

리틀 교장은 이튼칼리지가 추구하는 세 가지 특성을 소개했다. 첫째는 ‘우수성’. 다양한 경험을 통해 각 분야의 전문성을 일찍부터 개발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독립성’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자기 의견을 조리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친밀성’이다. 리틀 교장은 “이튼칼리지는 모든 학생이 25개 기숙사에 나뉘어 생활하면서 경쟁하고 협력하며 평생을 함께할 인간관계를 만들고 있다”며 “지금의 리더는 타인과 함께하는 인간관계에 능숙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튼칼리지 졸업생의 절반 이상은 옥스퍼드대, 케임브리지대 등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틀 교장은 “영국 전통의 학교라는 인식 때문에 외국 대학으로는 거의 진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학생들은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공부하지 않는다. 오후 10시면 모든 기숙사가 취침시간이다”라며 “학생들에게 최대한의 자유와 동시에 책임도 부여한다. 책임감 있는 학생들은 지도교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공부한다”고 말했다.

강연이 끝난 뒤 리틀 교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엘리트 학교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엘리트 학교는 엘리트 교육이 필요한 학생을 위한 학교여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충분한 장학금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리틀 교장은 또 “우리는 성적이 좋은 학생을 뽑는 게 아니다”라며 “성적이 좋은지, 예술이나 스포츠에 재능이 있는지, 계속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신입생을 선발한다”고 덧붙였다.

학교 내 ‘평가문화’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진 리틀 교장은 교원평가에 대해선 “교사들의 좋은 점을 찾아내 최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평가에는 찬성한다. 그러나 나쁜 점을 찾아내 봉급이나 자리를 위협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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