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수환 추기경의 전담 이발사로 28년간 일했던 이흥억 씨(본보 2009년 2월 19일자 A4면 참조)가 1월 26일 사고로 숨지면서 각막 등을 기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67세.
이 씨가 사고를 당한 것은 1월 18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삼선동1가 공원이발소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중 눈이 내린 언덕길에서 넘어져 머리를 크게 다쳤다. 이웃 주민의 신고로 119구급대가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으로 옮겼지만 회복이 힘들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 씨가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26일 숨지자 부인 최옥자 씨와 두 아들은 평소에 고인이 나눔과 사랑을 강조했던 김 추기경의 말씀에 귀 기울였다는 점을 고려해 각막, 팔다리 골수, 피부를 서울성모병원에 기증했다.
10일 만난 부인 최 씨는 “김 추기경께서 머리 깎아달라고 부르신 것 같다”며 “하지만 나이가 이제 예순일곱인데 너무 일찍 데려가신 것 같다”면서 눈물을 보였다.
이 씨는 1981년 당시 추기경 집무실을 청소하던 부인의 소개로 이발을 시작해 2008년 초까지 추기경의 머리를 깎았다. 이 씨는 지난해 2월 김 추기경이 선종한 뒤 1985년부터 추기경의 머리카락을 모은 400여 개의 봉지를 서울대교구에 기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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