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머리 깎아 드리려 가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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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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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전담 이발사 이흥억 씨
각막 등 기증하고 하늘나라로

2009년 2월 김수환 추기경의 머리카락을 담은 봉지를 보여주는 이흥억 씨. 불의의 사고로 최근 사망한 그는 김 추기경의 유지에 따라 각막 등을 기증하고 떠났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09년 2월 김수환 추기경의 머리카락을 담은 봉지를 보여주는 이흥억 씨. 불의의 사고로 최근 사망한 그는 김 추기경의 유지에 따라 각막 등을 기증하고 떠났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고 김수환 추기경의 전담 이발사로 28년간 일했던 이흥억 씨(본보 2009년 2월 19일자 A4면 참조)가 1월 26일 사고로 숨지면서 각막 등을 기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67세.

이 씨가 사고를 당한 것은 1월 18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삼선동1가 공원이발소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중 눈이 내린 언덕길에서 넘어져 머리를 크게 다쳤다. 이웃 주민의 신고로 119구급대가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으로 옮겼지만 회복이 힘들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 씨가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26일 숨지자 부인 최옥자 씨와 두 아들은 평소에 고인이 나눔과 사랑을 강조했던 김 추기경의 말씀에 귀 기울였다는 점을 고려해 각막, 팔다리 골수, 피부를 서울성모병원에 기증했다.

10일 만난 부인 최 씨는 “김 추기경께서 머리 깎아달라고 부르신 것 같다”며 “하지만 나이가 이제 예순일곱인데 너무 일찍 데려가신 것 같다”면서 눈물을 보였다.

이 씨는 1981년 당시 추기경 집무실을 청소하던 부인의 소개로 이발을 시작해 2008년 초까지 추기경의 머리를 깎았다. 이 씨는 지난해 2월 김 추기경이 선종한 뒤 1985년부터 추기경의 머리카락을 모은 400여 개의 봉지를 서울대교구에 기증하기도 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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