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언론의 헌신-희생 먹고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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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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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평화상 수상 이란 시린 에바디 변호사 본사 방문

“이란여성 히잡 안쓰면 곤장 800대
한국 민주주의 경험살려 도움주길”

이란의 시린 에바디 변호사가 2일 오후 동아일보사를 방문해 이란 인권문제와 핵무기 개발 등 이란 상황을 설명하며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이란의 시린 에바디 변호사가 2일 오후 동아일보사를 방문해 이란 인권문제와 핵무기 개발 등 이란 상황을 설명하며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펜(pen)과 감옥(prison)은 친구’라는 말이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언론의 헌신과 희생을 먹고 자란다는 뜻입니다. 더 이상 펜과 감옥이 친구가 아닌 날을 위해 이란과 한국이 함께 힘을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200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이란의 시린 에바디 변호사(62)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사를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8월 방한 때 환영만찬에서 축사를 했던 김학준 동아일보 회장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에바디 변호사는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진 오랜 역사 속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 온 한국의 대표 언론사를 방문하게 돼 기쁘다”며 “어려움에 처한 이란의 현실을 동아일보가 자세히 보도해주는 것에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에바디 변호사는 1970년 이란 첫 여성 판사에 올랐다가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여성의 법관 임용이 금지되며 강제 해직됐다. 이후 정치범 변론 등 인권변호사로서 여성 및 인권 운동에 헌신해 왔다. 최근 이란 당국에 노벨상 메달까지 몰수당한 에바디 변호사는 아시아기자협회 등의 초대로 2박 3일 일정으로 1일 한국에 왔다.

“메달 몰수도 물론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란에서는 더 비참한 일이 많이 벌어진다. 이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저널리스트가 투옥됐으며, 북한 등과 함께 가장 언론통제가 심각한 나라다. 많은 이란 국민은 자유를 박탈당한 채 외딴 섬에 갇힌 기분을 느낀다. 한국인을 비롯한 세계의 도움이 절실하다.”

에바디 변호사는 특히 최근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 깊은 근심을 드러냈다. 그는 “안타깝게도 이란 정부는 북한의 행보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며 “이는 양국 모두 국민들을 불행으로 이끄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팔레비 왕조와 현 정부를 비교하면서 “지금이나 그때나 이란 국민은 여전히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태형이나 돌팔매질 등 비인도적 법률이 그대로 자행된다는 측면에선 지금이 더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나 역시 이란에 돌아가면 어쩔 수 없이 ‘히잡(이슬람 여성이 머리에 두르는 쓰개)’을 써야 한다. 히잡을 안 쓰면 곤장 800대의 체벌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 이란에서도 지금처럼 편한 복장으로 자유롭게 말할 날이 오리라 믿는다. 한국인들이 과거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경험을 되살려 많은 도움을 주기 바란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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