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의 지독한 ‘태권도 사랑’… 공백딛고 복귀한 문대성

  • 입력 2007년 9월 14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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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하구 하단동 동아대 스포츠과학대 건물 5층 체육관. 190cm의 건장한 남성이 학생 30여 명 앞에서 앞지르기, 뒤돌려차기, 옆차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동작 하나하나에 절도가 넘친다. 그는 동아대 문대성(31·태권도부 감독·사진) 교수.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태권도 80kg 이상급에서 환상의 뒤돌려차기로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2년여의 은퇴 공백을 딛고 6월 선수로 복귀했다. 오전에는 후배를 가르치고 오후에는 4∼5시간씩 운동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최근 장염에 걸려 약간 수척해 보였지만 특유의 ‘살인 미소’는 여전했다.

○ “아테네의 추억은 잊어 주세요”

문 교수는 지난달 21일 제37회 협회장기 전국단체대항태권도대회 남자 일반부 경기에서 4강에 올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 출전 자격을 얻었다. 부상을 걱정해 준결승에서 기권했지만 전성기의 실력이 살아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랜만에 경기장에 서니 어깨와 다리가 딱딱하게 굳더군요.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자 마음이 편해졌어요.”

문 교수가 다시 태극마크를 달려면 11월 고교 대학 일반인이 모두 참가하는 최우수선수권대회에서 3위 안에 들어야 한다.

그는 “아테네 올림픽은 이제 잊어 달라”고 말했다. 자신의 복귀는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서가 아니라 태권도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태권도가 깨끗해져야 삽니다”

문 교수는 최근 태권도계에서 승부 조작 등 비리가 불거진 것을 안타까워했다. 문 교수가 태권도 자정 운동에 앞장선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는 “편파 판정으로 눈물을 흘리는 선수가 없어야 한다. 비리 당사자는 태권도계에서 퇴출시키는 등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요즘 아침에 일어나면 영어책부터 잡는다. 되도록 빨리 유학을 가서 선진국의 체육 행정을 배우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태권도를 외국에 알리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되겠다는 꿈을 이루려면 더 열심히 살아야죠. 제가 욕심이 너무 많은가요?”(웃음)

부산=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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