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갚아야겠다는 생각에…"

  • 입력 2006년 10월 29일 1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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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픈 노인을 돌보는 제 일이 한일 양국의 불행한 기억을 지우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이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자신의 조국 지은 죄를 씻고자 홀로 한국에 와 말 한마디 안 통하는 노인들의 병수발을 드는 70대 일본인 노인이 있다.

이 특별한 자원봉사자는 서울 중랑구 서울시립북부노인병원에서 일하는 이와키 구니히사(岩木邦久·71) 씨.

작년 초 일본의 직장에서 퇴직한 이와키 씨는 '음식이 맛있고 재미있는 일이 많다'는 한국에 놀러왔다가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됐다.

"한국에 놀러와 6개월 동안 살면서 등산도 원 없이 다니고 신나게 지냈어요. 그러다 '지금부터라도 이 땅에서 여생을 보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그 때 탑골공원에서 본 노인들이 떠올랐습니다. 일본이 과거에 한국에 저지른 잘못을 갚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당장 고향인 가나자와(金澤)로 돌아가 3개월 간 간병전문학교를 다니며 간병인 자격증을 땄다.

일본의 노인병원에서는 4개월 간 자원 봉사자로 일하며 노인 환자를 대하는 말투부터 배변 돕는 법, 옷 갈아입히는 법까지 실무를 익혔다.

그리고 지난 달 초, 시립북부노인병원에서 한국의 노인들을 돕기 시작했다.

첫 인연을 맺은 노인은 오병순(92) 할머니.

처음 오 할머니는 일본인인 그의 손을 꼬집고 거친 말을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의 손을 덥석 잡고 일제시대 배운 일본어로 말을 걸기도 한다.

"그런 때는 말할 수 없이 기뻐요. 아직은 한국말이 서툴러 한 분 밖에 돌보지 못하지만 열심히 공부해 더 많이 봉사하고 싶습니다."

요즘 더욱 한국어 공부에 열심이라는 이와키 씨는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몸이 불편한 한국 노인들을 보살피고 싶다"고 말했다.

임우선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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