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6년 6월 3일 03시 0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지난해 10월 75세로 세상을 떠난 로니 버틀러 씨 가족이었다. 한국전쟁 당시 육군 사진병으로 한국 땅을 밟았던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에 “한국을 위해 꼭 써 달라”며 300달러를 남겼다.
버틀러 씨의 ‘작지만 큰 기부’는 한국전쟁 참전 미군 병사들이 간직해 온 사진과 일기 등 한국전쟁 관련 기록들을 인터넷에 보관하는 디지털도서관을 설립하는 데 기폭제가 됐다.
중부 뉴욕 한국인학교와 미국의 한국전쟁참전용사협회 중부 뉴욕지부는 최근 디지털도서관을 공동 설립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도서관 설립의 직접적인 계기는 한 교수와 중부 뉴욕지역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인연 때문이었다.
시러큐스대 출신인 고(故) 한표욱 영국 주재 한국대사를 기리기 위해 시러큐스대가 2001년부터 마련한 ‘한표욱 대사 강좌’에 중부 뉴욕지역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이 참석하기 시작한 것. 이 강좌 디렉터인 한 교수는 평균 나이가 75세인 고령의 참전용사들과 이때부터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참전용사들은 지난해 강좌에 한국전쟁 당시 사진과 기록들을 가져왔다. 이들은 “우리는 나이가 많아 곧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이런 기록들을 후세에 남길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따라 한 교수와 시러큐스대 이사로 있는 고건 전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디지털도서관을 설립해 기록을 영구히 보존하는 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버틀러 씨가 남긴 ‘300달러’의 영향도 결정적이었다.
논의 끝에 180명에 이르는 한국전쟁참전용사협회 중부 뉴욕지부 회원들은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던 한국전쟁 참전기록을 도서관에 모두 내놓기로 했다.
또 한국과 미국의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별도의 블로그 프로젝트를 운영하기로 했다.
한 교수는 “참전용사들이 도서관 설립을 앞두고 흥분돼 있다”며 “도서관 설립에 필요한 재원(10만 달러)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에서 후원금을 모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