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아이스댄싱 대표팀 페투코프-그레고리 커플

  • 입력 2005년 12월 28일 03시 01분


지구 반 바퀴를 사이에 두고 태어났지만 인터넷을 통해 만나 아이스댄싱 파트너는 물론 부부까지 된 데니스 페투코프(오른쪽)와 멜리사 그레고리. ‘은반 위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불리는 이 커플은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미국의 첫 메달 획득이란 해피 엔딩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출처 그레고리&페투코프 홈페이지(www.gregoryandpetukhov.com/)
지구 반 바퀴를 사이에 두고 태어났지만 인터넷을 통해 만나 아이스댄싱 파트너는 물론 부부까지 된 데니스 페투코프(오른쪽)와 멜리사 그레고리. ‘은반 위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불리는 이 커플은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미국의 첫 메달 획득이란 해피 엔딩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출처 그레고리&페투코프 홈페이지(www.gregoryandpetukhov.com/)
사람들은 그들을 ‘은반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부른다. 미국 아이스댄싱 대표팀으로 내년 2월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노리는 데니스 페투코프(27)와 멜리사 그레고리(24) 커플.

러시아 키로프에서 태어난 페투코프와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그레고리가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처음 만난 과정부터 극적이다. 처음에는 파트너로 시작해 부부의 연까지 맺은 이들은 이제 “나 자신보다 상대방에 대해 더 잘 안다”고 말할 정도가 됐다. 미국의 뉴스트리뷴은 “이들의 러브스토리가 셰익스피어 소설과 다른 점은 ‘해피 엔딩’이라는 점”이라고 최근 소개했다.

○ 인터넷이 맺어 준 사랑

1997년 주니어세계선수권 은메달리스트인 페투코프와 미국 주니어선수권 챔피언 출신인 그레고리는 2000년 당시 마음에 맞는 파트너를 구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급기야 그레고리는 ‘2000년 9월 1일까지 파트너를 찾지 못하면 아이스댄스를 그만두고 대학에 진학하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구원의 손길은 전혀 엉뚱한 곳에서 왔다. 바로 그맘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사이트 게시판에는 ‘파트너를 찾는다’는 페투코프의 글이 떴다. 눈이 번쩍 뜨인 이들은 상대의 스케이팅 실력과 체격 조건 등을 묻는 e메일을 몇 차례 교환했고 불과 몇 달 뒤인 8월 31일 페투코프는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가방에 들어 있는 것은 옷 한 벌과 왕복 항공권이 전부였다.

서로 의사소통은 되지 않았지만 이들은 함께 스케이트를 탄 순간 ‘운명적인 인연’임을 직감했다. 둘은 그해 크리스마스에 약혼했고 이듬해인 2001년 2월 2일 결혼했다. 페투코프의 집으로 돌아가는 항공권은 영영 쓰이지 않았다.

○ 올림픽 메달을 향해

그레고리는 “우리는 함께 훈련하고, 함께 살고, 함께 스케이트를 타며, 함께 미래의 꿈을 꾼다”고 말한다. 실력이 늘지 않으면 이상한 일. 둘은 2002년 미국선수권에서 3위에 오르며 화려한 데뷔식을 치렀고 이후 미국선수권에서 동메달 1개와 은메달 2개를 추가했다.

올해 2월에는 페투코프가 미국시민권을 얻는 시험을 봐 합격했다. 마침내 올림픽 출전의 길이 열렸다. 세 팀을 뽑는 올림픽 대표 최종 선발전은 다음 달에 열리지만 페투코프 커플이 선발되는 것을 의심하는 이는 없다. 미국에선 페투코프 커플이 동계올림픽에 아이스댄싱 종목이 편입된 1976년 이후 30년 만에 미국에 첫 메달을 안겨줄 것을 기대하고 있을 정도.

지난 크리스마스에 맞춰 처음 미국을 방문한 어머니 루바(50) 씨와 함께 뉴욕 록펠러센터의 아이스링크를 찾은 페투코프는 “홀로 자식들을 키운 어머니에게 꼭 올림픽 메달을 안겨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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