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철도원’ 김행균씨, 재활치료끝 1년여만에 복직

  • 입력 2004년 8월 17일 18시 49분


서울 영등포역에서 한 아이를 구하다 두 다리를 잃은 ‘아름다운 역무원’ 김행균씨가 사고 1년여 만인 17일 복직해 밝은 표정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 이종승기자
서울 영등포역에서 한 아이를 구하다 두 다리를 잃은 ‘아름다운 역무원’ 김행균씨가 사고 1년여 만인 17일 복직해 밝은 표정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 이종승기자
“방학을 마치고 개학해 학교에 가는 기분입니다.”

‘아름다운 철도원’ 김행균씨(44)가 17일 자신이 근무하던 서울 영등포역으로 돌아왔다. 김씨의 복직은 지난해 7월 25일 영등포역 여객운용팀장으로 근무하던 중 열차에 치일 뻔한 어린이를 구하고 자신은 두 다리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한 지 1년여 만의 일이다. 그가 맡게 될 직책은 철도청 서울지역본부 물류영업과 화물사령. 수도권의 모든 화물열차 운행을 파악하고 운행지시를 내리는 곳이다.

복직하기까지 그동안의 시간은 한마디로 뼈를 깎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무릎 아래가 절단돼 의족을 한 왼쪽 다리와 발등 일부가 잘려나간 오른쪽 다리의 높이가 맞지 않아 특수 제작한 신발을 신어야 할 정도로 악조건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2월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루에 2, 3시간씩 경기 부천시 중앙공원 주변을 산책하며 걷기 운동을 했다. 너무 열심히 운동을 하는 바람에 두 다리의 부상이 심해져 다시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그의 재활 의지는 강했다.

김씨는 “처음엔 통증 때문에 수면제를 안 먹으면 하루도 잠을 못 잤다”며 “그러나 수면제 없이 하루만이라도 견뎌보라는 가족들의 당부에 약을 끊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이식한 피부의 손상을 막기 위해 수시로 발뒤꿈치로만 2, 3분씩 서 있어야 했다. 고통스러운 나날이었지만 이제는 별다른 무리 없이 걸을 수 있게 됐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영등포역은 김씨의 선행을 널리 알리기 위해 사고가 났던 현장에 기념비를 세웠다. 김씨는 이에 대해 “할 일을 했을 뿐인데 기념비가 세워진 것을 보면 부끄럽다”며 “다시 일어나 복직할 수 있었던 것은 주위의 관심과 격려 덕분이었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씨는 지난해 동아일보가 매년 한 해 동안 가장 의미 있는 일을 한 사람을 뽑는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기도 했다.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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