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폭력 학생에 독서토론회 갖게 한 신성식 검사

  • 입력 2003년 2월 18일 18시 09분


현직 검사가 폭력서클에 가입돼 학원폭력을 일삼는 중학생들에게 형사처벌 대신 독서토론회 등으로 선도한 뒤 학교로 돌려보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울산지검 형사2부 학원폭력 전담 신성식(申成植·37·사진) 검사.

신 검사는 지난해 11월 22일 울산 동부경찰서가 학생들에게서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넘긴 울산의 모 중학교 3학년 3명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교내 폭력서클 ‘일진회’ 멤버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일진회에는 이들을 포함, 총 27명(3년 8명, 2년 10년, 1년 9명)이 소속돼 있었다.

이들은 성인 폭력조직을 흉내내 학년별로 싸움을 잘하는 학생으로 최대 10명씩 구성하고 동료나 후배들에게 조직적으로 금품을 갈취하는 등 조직 체계를 갖춰 구성원 모두 소년원에 송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신 검사는 “이들을 처벌하는 것 만이 능사가 아니다”며 형사처벌 대신 선도에 나섰다.

일진회 멤버 전원을 불러 5, 6명씩 6개조로 나눠 일주일에 책 한 권씩 읽고 독후감을 써오도록 한 뒤 조별 토론회를 갖도록 했다. ‘갈매기의 꿈’과 ‘그리스 로마신화’ ‘상록수’ 등 중학생 권장도서로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올 1월 29일까지 6주간 6차례에 걸쳐 독후감을 쓰고 토론회가 진행됐다.

한 학생은 토론회가 끝난 뒤 신 검사에게 “호기심으로 폭력서클에 가입했는데 선배들이 무서워 탈퇴를 못했다”며 “이제 마음 놓고 공부에 매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눈물까지 흘렸다.

경찰에서 송치된 3명 가운데 달아난 C군을 제외한 2명은 13일 보호관찰소 선도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학교로 복귀하는 등 일진회 멤버 전원이 학교로 돌아갔다. 일진회도 당연히 해체됐다.

신 검사는 “한때 ‘불량학생’이 된 학생들도 사랑과 인내심을 갖고 지도하면 얼마든지 정상적인 학생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순천고와 중앙대를 졸업한 신 검사는 사시 37회에 합격한 뒤 법률구조공단 등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다 2001년 2월 검사로 특별임용됐다.

울산=정재락기자 jr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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