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기장을 보선]「30년 우정」박태준-최형우 격돌

  • 입력 1998년 7월 5일 19시 54분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와 한나라당 최형우(崔炯佑)고문이 부산 해운대―기장을 보궐선거에서 미묘한 한판 대결을 벌이게 됐다.

박총재는 자민련 김동주(金東周)후보의 당선을 위해 적극 뛰고 있고 최고문은 자신의 비서실장 출신인 한나라당 안경률(安炅律)후보의 선대위 명예의장으로 위촉돼 측면지원에 나섰다.

이 때문에 이 지역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선거가 박총재와 최고문의 ‘대리전’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특히 두 사람은 정치적 입장을 떠나 30여년 전부터 막역한 사이여서 선거결과가 더욱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총재는 기장군 장안읍 임랑이 고향이고 최고문은 기장군과 같은 생활권이었던 온산출신. 고향 선후배 사이라는 인연으로 시작된 두 사람의 관계는 70년대 최고문이 힘든 야당생활을 할 때 포항제철 회장이었던 박총재가 음으로 양으로 최고문을 후원해 주어 더욱 깊어졌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뒤 박총재가 실각해 정치적 망명생활을 하고 있을 때는 실세(實勢)였던 최고문이 기장군에 살고 있던 박총재의 모친을 명절 때마다 찾아뵙고 인사드리는 등 극진히 뒷바라지해 왔다.

그렇지만 이번 보선에서 두 사람의 한판 싸움은 불가피하게 됐다.

박총재는 자신의 출신지역인 이 곳에서마저 자민련이 패배할 경우 영남지역에서 설 땅이 없다는 점에서 자존심을 걸고 필사적인 지원에 나섰다.

또 최고문은 건강 때문에 직접적인 선거지원 활동은 어렵지만 11일경부터 기장군에서 상주하면서 상징적으로나마 안후보를 측면지원할 것이라는 전언이다.

한편 무소속 오규석(吳奎錫)후보는 최고문의 동국대 후배다.

〈부산〓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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