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한보철강 안정준씨 『철강인생 30년 부도낼수 없다』

  • 입력 1998년 4월 13일 19시 40분


“기회가 주어질 때를 대비해야죠. 실직가장이라고 한숨만 쉬고 있을 순 없잖아요.”

올해로 환갑을 맞은 전 한보철강 당진제철소장 안정준(安定濬·서울 서초구 서초동)씨는 최근 서울대 공대의 실직자 청강 프로그램을 통해 만학(晩學)의 기쁨을 만끽한다.

두꺼운 전공서적에 깨알같은 글씨로 채워진 대학노트. 강의실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지난해 1월 회사의 갑작스런 부도로 30여년간 가꿔온 ‘철강맨’의 꿈이 일장춘몽(一場春夢)처럼 아스라해졌지만 그는 결코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현재 안씨가 수강하고 있는 과목은 산업공학과에서 개설한 ‘인간공학’과 ‘경제성 공학’ 등 2과목. 1백40여명의 실직자 청강생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안씨는 아들 또래의 후배들과 경쟁하느라 주위의 눈치를 볼 틈도 없다.

단국대 경제학과 대학원에서 마지막 학기를 남기고 있는 안씨는 서울대에서 수업이 끝나면 학위논문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엔지니어로서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여러가지 한계에 부닥치게 됩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전문 경영지식이 없는 공대출신 기술자들은 설곳을 잃게 돼요. 저는 이번 기회에 전문경영인으로 다시 태어날 작정입니다.”

안씨의 향학열(向學熱)은 함께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다. ‘경제성 공학’강의를 맡은 이면우(李冕雨)교수는 “연로하신 분인데도 열의가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박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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