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졸업 9人의 인간승리]땀으로 이룬 「名匠의 꿈」

  • 입력 1997년 9월 21일 20시 28분


초등학교 졸업 학력과 신체장애를 극복하고 최고의 기능인 자격인 「대한민국 명장(名匠)」을 따낸 인간승리가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은 21일 초등학교 졸업 이하 학력을 가진 9명을 포함, 27명의 대한민국 명장을 선정해 발표했다. 이들은 한 분야에서 20년 이상 기름때를 묻히며 눈물겨운 노력 끝에 달인(達人)의 경지에 오른 장인(匠人)이다. 목공예 분야 명장에 선정된 서태랑(徐太郎·56·서울 강서구 가양3동)씨는 어릴 때 사고로 오른쪽 손을 잃었다. 서씨는 중학교 2학년때 학업을 중단, 목기공장 종업원이 된 뒤 지금까지 40년간 한손으로 목기를 깎는 외길을 걸어왔다. 그는 이제 목공예 분야에선 이름만 대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됐다. 그동안 목기용 소형 연마기를 개발, 목기제작 생산성을 7배나 높였고 93년엔 중국 지린성(吉林省)에 사는 동포들에게 1년동안 목공예 기술을 전수하기도 했다. 12년전 독립해 경기 고양시 행주외동에서 「태원목기연구소」를 운영하는 서씨는 『때론 너무 힘들었지만 「정상인들, 많이 배운 사람들이 한번 노력해 될 거면 나는 두배 세배 노력하면 따라갈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견뎌냈다』며 『몸은 장애인이지만 마음은 누구보다도 건강하게 살려고 했다』고 말했다. 시계수리 분야 명장이 된 장성원(張成源·41·뉴코아백화점 시계B코너)씨.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바람에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시계포 점원이 된 장씨는 「이 길만이 내 길」이라고 다짐하며 지금까지 시계만 들여다보며 살아왔다. 경험이 축적되면서 장씨는 박사학위를 가진 고급두뇌들도 엄두를 못낼 숱한 신기술을 창안해냈다. 특히 장씨가 5년전 개발한 시계태엽부분(용심) 절단기는 스위스제 절단기보다 정밀도 등에서 뛰어난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 이밖에도 △선박기관 정비 분야에서 국내 최초로 가스터빈 감속기 등을 개발한 곽임렬(郭任烈·51·코리아타코마 조선공업) △자동차판금 기술혁신의 일등공신인 이기오(李基五·55·쌍용자동차) △88올림픽때 거북선케이스와 천마총금관을 손수 만든 창호제작 분야의 임병호(任炳鎬·52) △주요 사찰 석불상마다 거의 손길이 닿은 석공예 명장 고석산(高錫山·42)씨 등도 이번에 명장을 따낸 장한 장인이다. 〈이기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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