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직원 이규남-표필은씨 부부,동아일보 새벽배달 화제

  • 입력 1997년 3월 31일 19시 48분


청와대경호실 직원인 李揆男(이규남·41)씨와 表弼垠(표필은·36)씨 부부는 매일 동아일보와 함께 새벽을 연다. 이씨와 표씨 부부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15평형 공무원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웃 사이. 이들은 매일 새벽2시경 아파트단지 입구에서 동아일보 일원지국으로부터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신문을 건네받아 작은 손수레에 싣고 독자들의 가정을 찾아나선다. 이씨 부부는 2년전 새벽운동을 위해 동아일보 배달을 시작, 그동안 단 한차례도 배달을 빠뜨리지 않은 「모범 배달원」. 표씨는 3개월전 직장선배이자 이웃에서 친형제처럼 지내는 이씨로부터 본보배달을 권유받고 부인과 함께 배달에 나선 「신참 배달원」. 『한겨울에도 배달 1시간 가량을 뛰고 나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지요. 매일 아침 2∼3시간 동안 약 8㎞를 걷는 셈이므로 가장 훌륭한 체력관리 방법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선배 배달원」 이씨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고층아파트를 오르내리면서 체력을 다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씨부부는 개포동 공무원아파트 8∼9단지에서, 표씨부부는 일원동 한신 및 현대아파트 독자들에게 각각 5백부씩을 배달하고 있다. 이씨의 부인 崔連子(최연자·39)씨는 『지난 2년간 여름휴가를 제대로 가질 수 없었다』면서 『친정어머니 칠순잔치 때 딱 하루를 제외하고는 한번도 쉰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복도식 아파트에서는 비가 오면 신문이 젖지 않도록 방충망과 창문 틈새에 꽂아주는 자잘한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평소에는 독자들이 아파트 문을 열 때 신문이 틈새에 끼이지 않도록 문 왼쪽에 가지런히 놓는 「배달 수칙」을 잊지 않는다. 『청와대 경호실에 근무하면 「부수입」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탓인지 임대아파트에 살면서 신문배달까지 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표씨의 부인 朴由美(박유미·33)씨는 『공직자에 대한 일부의 시선이 따가운 현실이 무척 안타깝다』며 『건강도 건강이지만 박봉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신문배달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청와대에서 각각 7년, 6년씩 근무해온 이씨와 표씨는 월급이 얼마인지는 한사코 밝힐 수 없다면서도 부부의 신문배달 부수입 60여만원이 생활에 큰 보탬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두 가정 모두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를 두고 있어 공무원 「박봉」으로는 힘겹다고 넌지시 내비쳤다. 『동아일보는 우리와 세계를 읽는 창입니다. 민족지로서 올곧은 자리를 지켜온 77년의 역사를 잊지말고 세상에 대해 부릅뜬 눈을 한시라도 감지 않기를 바랍니다』 두 쌍의 공직자 배달원 부부는 우리 사회가 하루빨리 비리의혹 사건의 질곡에서 벗어나 밝은 모습을 되찾기를 무엇보다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희경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