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닷새 앞둔 24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끝단에서 251m 떨어진 곳에 있는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을 지지하는 2m 높이 콘크리트 둔덕은 참사 피해를 키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무안=뉴시스]
지난해 12월 29일 태국 방콕을 출발한 제주항공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에 동체 착륙을 하려다 구조물에 충돌해 폭발하는 참사가 발생한 지 곧 1년이 된다. 승무원을 포함해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숨진 국내 최악의 항공기 사고다. 하지만 사고 원인 규명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 전국의 공항 안전 확보를 위한 개선 공사도 더디기만 하다. 무안공항은 1년째 폐쇄된 상태로 재개항 시점이 불투명해 지역 여행업계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무안공항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의 둔덕이 콘크리트로 돼 있어 충돌 에너지를 흡수하지 못해 참사가 났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올 4월 전국 7개 공항의 둔덕을 부러지기 쉬운 구조물로 전면 교체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현재 공사가 마무리된 곳은 광주공항과 포항경주공항 등 2곳뿐이다. 무안공항의 경우 유족들이 참사 원인과 관계된 증거물을 제거하면 안 된다며 공사를 반대하고 있다. 사고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히는 조류 충돌 대책도 공항 규모와 무관하게 감시 인원을 일률적으로 2명에서 4명으로 소폭 늘린 것이 전부다.
비수도권 공항들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인천공항공사가 올 8월 발간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공항 활주로 인근 착륙대에 ‘부러지기 쉽고 낮게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을 무시하고 스테인리스스틸 구조물을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실은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나 구조물에 충돌하면 대형 사고가 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지만 지금도 일부 구조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 동절기는 운항 ‘성수기’여서 공사를 미루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제주항공 참사 직후 국토부 산하에 위원회를 꾸려 원인 규명에 착수했으나 조종사의 조작 잘못이 있었다는 중간조사 결과 발표에 유족들이 ‘국토부가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고 반발하면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관련 법규가 개정되는 대로 위원회를 총리실 산하로 옮겨 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모든 항공기 안전 규정은 피로 쓰였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원인 규명이 늦어지면서 안전 규정을 새로 쓰지도 못하고, 잠정적으로 규명된 사고 원인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큰 희생을 치르고도 달라진 것이 없으니 참사 1년을 맞는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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