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독사 위험군’ 153만 명… 개인의 문제 아닌 사회적 질병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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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고독사 위험군이 153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1인 가구가 717만 명이므로 5명 중 1명이 위험군인 셈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인 가구 9400여 명을 대상으로 사회적 교류, 식사 횟수 등을 토대로 추정했다. 고독사가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수치다.

고독사는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과 단절돼 홀로 사는 사람이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으로 정의된다. 2021년 3378명이 고독사했다. 2017년보다 40% 늘었다. 1인 가구 중에서 연고가 없거나, 가족이 있어도 연락이 끊어지면 고독사의 위험은 높아진다. 고독사 위험군은 고령층이 다수일 것 같지만 실직, 이혼 등으로 경제력이 취약해진 40∼60대 중장년층이 훨씬 많다. 이들 중에는 쪽방 고시촌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변변치 않은 수입으로 살면서 자포자기에 빠져 스스로 고립을 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고독사는 개인의 불행을 넘어 사회적 질병으로 봐야 한다. 영국과 일본이 정부 내 고독 문제를 전담하는 부처를 만든 건 이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선 고독이 심장병 뇌졸중 치매 위험을 크게 높이기 때문에 공중보건 정책의 우선순위에 놓아야 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일할 여력이 충분한 중장년층이 고립에 빠지면 사회적 생산성이 떨어지고, 건강 악화 등으로 의료비용 지출도 늘어난다.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추이를 볼 때 고독한 사람들의 인구 비율 역시 크게 늘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위험군이 더 커지기 전에 찾아내고 지원하는 정부의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하지만 정책의 사각지대는 늘 존재한다. 정부가 소득, 보험료 체납 등 몇 가지 기준으로 고독사 징후를 찾아내려 하지만 한 가지 기준만 어긋나도 못 찾는 경우가 많다. 이건 이웃이 나설 수밖에 없다. 특히 마음의 문을 닫은 자발적 고립은 정책만으론 해결하기 어렵다. 가족 친구 이웃이 먼저 안부를 묻고 위로하는 등의 비공식적 지원이 마음을 열 수 있다. 고독사는 외로운 죽음이 아니라 외로운 삶의 결과다. 홀로 죽음을 맞게 하지 말자는 차원을 넘어 살아 있을 때 이웃 사회의 관심과 돌봄이 절실한 이유다.
#고독사 위험군#사회적 질병#고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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