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10년 내 위성 전쟁할 수도”… 新우주경쟁 격화[글로벌 현장을 가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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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 있는 미항공우주국(NASA) 로비에 2020년 국제우주정거장(ISS) 20주년을 기념하는
 대형 걸개그림이 걸려 있다. 2020년 미국은 달 탐사 계획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 있는 미항공우주국(NASA) 로비에 2020년 국제우주정거장(ISS) 20주년을 기념하는 대형 걸개그림이 걸려 있다. 2020년 미국은 달 탐사 계획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오후 6시 13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이 발사됐다. 당초 오전 발사 예정이던 이 로켓은 기상 악화로 6시간 이상 지연됐지만 결국 성공적으로 쏘아 올려졌다. 미 우주군 스페이스X 발사는 2세대 위성 스타링크 V2를 우주에 보내기 위한 것이었다. 2세대 스타링크는 길이 5m가량의 대형 안테나를 장착해 휴대전화와 직접 연결 가능한 위성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앞으로 2세대 스타링크 위성 약 3만 개를 발사할 예정이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11월 군 기밀 임무를 맡은 로켓을 발사하는 등 우주군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미국이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같은 민간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나선 것은 막대한 자금을 우주 개발에 투입하고 있는 중국 러시아와의 우주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한국 일본을 비롯한 주요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에서 옛 소련과의 우주 경쟁이 정부 자금으로 펼쳐졌던 것과 달리 ‘신(新)우주경쟁’은 민간 기업은 물론이고 동맹국과 연합 체제를 구축해 이뤄지고 있다.

“우주에서 中 행동 책임 물을 것”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 브래들리 챈스 솔츠먼 미 우주군 참모총장(연단 위 
오른쪽)은 주한미군 우주군사령부 창설 등을 언급하며 “최대 위협인 중국과 경쟁하려면 동맹과의 연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 브래들리 챈스 솔츠먼 미 우주군 참모총장(연단 위 오른쪽)은 주한미군 우주군사령부 창설 등을 언급하며 “최대 위협인 중국과 경쟁하려면 동맹과의 연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우주 경쟁의 최대 위협으로 규정하고 우주군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브래들리 챈스 솔츠먼 미 우주군 참모총장은 지난달 22일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 “우리는 이미 많은 전략적 경쟁자와 경쟁 상태에 있다”며 “경쟁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 우주전쟁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도전적인 위협은 중국과 러시아”라며 “우주는 현대 전쟁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2019년 8월 공군 우주사령부를 독립시켜 우주군을 창설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2015∼2018년 3년간 보유 위성을 2배로 늘리는 등 우주 경쟁에 박차를 가하자 미국 내에서 “중국과 러시아에 추월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 창설 배경이다. 러시아는 이미 2001년 전략 미사일부대에 편입돼 있던 우주군을 독립시켰다. 2015년 공군 항공우주방위군을 합병해 항공우주군을 창설했다. 중국 역시 인민해방군 전략지원부대 산하에 우주군을 두고 있다.

미국은 1957년 당시 소련이 세계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발사하자 큰 충격을 받고 인류 최초 달 탐사에 성공하는 등 우주 기술에서 우위를 점해왔다. 하지만 중국이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빠르게 추격에 나서면서 새로운 우주 패권 경쟁이 시작되자 민간 기업 및 동맹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새로운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솔츠먼 참모총장은 “우리는 새로운 우주 시대에 접어들었다”며 “위성이 작아지면서 발사 비용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게 작아졌고 더 넓은 우주를 고려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때 예산을 무제한으로 퍼붓다가 감당을 못 해 예산이 대폭 준 옛 소련과의 우주 경쟁과는 달리 민간 협력을 중국 러시아와의 패권 경쟁에 핵심적인 비교우위로 삼겠다는 것이다.

특히 솔츠먼 참모총장은 “강력한 우주 억지를 위해선 센서를 세계적으로 중요한 지역에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동맹국과 연합해 우주에서 공격적이거나 무책임하게 행동하는 국가들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우주군은 주한미군 우주군사령부를 창설한 데 이어 지난달 23일 한국 공군작전사령부 항공우주작전본부와 우주정책협의체 회의를 갖는 등 우주 정보 공유 및 우주 연합훈련 등을 논의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에서 미일상호안보조약을 우주 공간으로 확장하기로 합의했다.

中, 반(反)스타링크 연합 추진
‘우주 굴기(崛起)’를 앞세운 중국 역시 미 스페이스X 스타링크에 맞서 1만3000개 소형 위성을 발사하는 GW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군사용으로도 활용될 수 있는 위성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미 스타링크 위성을 근거리 감시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유력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달 24일 “중국은 스타링크를 견제하기 위해 2027년까지 약 1만3000개에 달하는 소형 통신위성을 빠르게 발사할 계획”이라며 “스타링크가 완성되기 전에 신속하게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또 레이저를 포함한 공격 무기를 이용해 스타링크 위성을 파괴할 수 있는 반(反)위성무기를 장착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GW 프로젝트를 이끄는 쉬켄 베이징항공항천대 교수는 SCMP에 “GW 프로젝트 목표는 독자적인 위성 인터넷 네트워크 확보는 물론이고 다른 국가와 협력해 반스타링크 연합을 구성하고 미국의 우주 개발 독점 체제를 견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인공위성이 우주에서 상대 위성을 파괴하는 우주전(戰)이 조만간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미국과 중국이 차세대 소형 위성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스타링크 같은 소형 위성이 큰 위력을 발휘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스페이스X는 2027년까지 1만2000개, 2030년까지 모두 4만 개 이상의 위성을 띄울 계획이다.

미 우주군 정보분석 책임자 론 러치 주임상사는 지난해 10월 ‘우주산업의날’ 연설에서 “정지궤도(GEO)에선 이미 ‘고양이와 쥐 게임’(추격전)이 일어나고 있다”며 “10년 안에 중국이 저궤도뿐만 아니라 고궤도에서도 (위성) 파괴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 동맹’ 구축 나선 美
달 기지 건설을 둘러싼 미중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은 2025년 달 남극에 유인 우주선을 착륙시킨 뒤 달 기지 건설을 본격 추진하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달 상공에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를 두고 달 표면에도 기지를 세워 자원 탐사에 나서겠다는 것. 중국도 2027년 달 무인 연구기지를 건설하고 2030년 달 유인 탐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미국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위해 20개국과 협력 약정을 맺었다. 협력 대상엔 한국 일본 같은 아시아 동맹국과 유럽은 물론이고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나이지리아 르완다 등 아프리카 국가도 포함됐다. 미국은 지난달 27일 기상 악화로 발사가 연기된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에 자국뿐 아니라 UAE 우주인도 태울 예정이다. 이들은 우주정거장에서 6개월간 과학 실험을 벌인다.

이 같은 미국 행보는 달 기지 선점 경쟁에 나선 중국을 견제할 동맹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는 우주의 평화적 이용 규칙과 달 표면에서의 행동을 규제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달에 희토류를 비롯한 희귀 자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중국과 달 영유권 분쟁을 염두에 두고 사실상 우주 국제연합(UN)을 세우려는 것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1960년대 냉전 우주 경쟁이 옛 소련을 물리치기 위한 하드파워 경쟁이었다면 ‘신우주경쟁’은 동맹국을 모으고 평화적 우주 사용 규칙을 만들기 위한 소프트파워 경쟁”이라고 분석했다.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weappon@donga.com


#新우주경쟁#우주동맹#달 기지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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