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인공지능과 우리 사회의 미래[기고/고학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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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로부터 촉발된 대규모 인공지능 모형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인공지능이 우리 사회에 충격을 가져온 중요한 계기로 2016년의 알파고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세계 최고 수준의 바둑 기사를 연달아 이기는 광경은 그 이후로 우리 사회가 인공지능 기술에 좀 더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게 하는 계기로 작동했다. 그 후 불과 6년여 만에 등장한 챗GPT는 인공지능이 실생활에 직접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충격을 주고 있다. 챗GPT의 기반이 되는 기술인 대규모 인공지능 언어모형은 매우 빠른 기술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영역이어서, 장차 어떤 추가적인 기술이 나타날 것인지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다. 한편 챗GPT의 출현은 다양한 사회적, 법적, 정책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대규모 인공지능 언어모형이 발표되는 추이를 보자. 새로운 인공지능 모형이 발표될 때마다 흔히 언급되는 것 하나는 파라미터(매개변수)의 숫자다. 챗GPT의 기반이 되는 ‘GPT-3.5’ 버전은 1750억 개 이상의 많은 파라미터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미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파라미터를 가진 인공지능 모형들이 계속해서 발표되고 있기도 하다. 이런 대규모의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연산을 빠르게 해낼 수 있는 전산 역량의 보유가 중요한 전제조건이 된다. 또한 인공지능 모형 개발의 재료가 되는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해 인공지능 학습의 과정에 유용하게 활용하는 것도 핵심적으로 중요하다.

이런 현실적인 전제조건을 고려하면, 지금까지 대규모 인공지능 언어모형을 발표한 기업들이 흔히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역량 및 대규모 전산처리 역량을 갖춘 기업들 위주였던 것이 놀랍지 않다. 한편 국가 정책적으로는 잠재적 역량을 가진 다양한 기업이 시장에 뛰어들어 각자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스스로 대규모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작은 기업이라 하더라도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에 대한 안전한 접근이 가능하도록 하는 체계의 마련이 중요하다. 또한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된 우려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인공지능 모형의 개발을 가능하게 해주는 새로운 유형의 기술적 방법론을 더욱 적극적으로 개발해 도입할 필요도 있다.

더 넓게는 대규모 인공지능과 관련해 새로이 제기되는 다양한 사회적, 윤리적 우려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최근의 새로운 인공지능 모형에 대해 개인정보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인지, 욕설이나 혐오 발언, 거짓된 정보의 무차별적 전파와 관련된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우리 사회가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풀어갈 필요가 있다.

다만 그러한 우려의 존재가 곧바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즉각적인 금지나 중대한 제약으로 연결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시행착오를 거치며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토양의 마련이 필요하다. 챗GPT의 경우를 보면, 그에 앞서 이미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가 ‘테이’라는 이름의 챗봇을 출시한 직후 논란에 휩싸였던 경험이 있다. 이 챗봇은 출시된 후 하루도 지나지 않아 히틀러에 대한 찬양 등 인종차별적이고 폭력적인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곧바로 서비스를 종료해야 했다. 이러한 시행착오의 경험이 새로운 기술의 개발과 상용화 과정에 중요한 교훈을 주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21년 ‘이루다’ 챗봇이 혐오 발언이나 성희롱 발언을 한다는 논란과 함께 개인정보 유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루다에 대한 조사를 거쳐 처분을 내렸고, 이는 당초의 이루다 챗봇을 개선한 후속 모형이 개발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새로운 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번영을 가져온 핵심 원동력이다. 기술 개발은 국가 경쟁력의 밑거름을 제공하기도 한다. 다만 이러한 기술 개발이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우리에게 풍요로운 삶을 가져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방향을 올바르게 잡고 이를 세심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국민이 신뢰하고 이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 개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챗gpt#인공지능#우리 사회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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