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공유
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오피니언

선원들의 수익 분배[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7〉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입력 2022-11-24 03:00업데이트 2022-11-24 03:00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그날 어래호는 오후 세 시께 향일포를 떠났다. 이춘개와 선원 네 명이 탔다. 선원 중 한 명은 화장을 맡은 보조원이었다. 명태를 판 돈에서 출어 경비를 제하고 남은 돈을 100이라고 할 때, 선주이며 선장인 이춘개가 30을 갖고 선원 세 명이 각자 15씩 45를 가져가고 보조원에게 10을 주고 나머지 15를 적립하는 셈가림에 다들 동의했다.” 김훈의 소설 ‘명태와 고래’의 일부 내용이다.

셈가림은 어획한 물고기 판매 수익금을 나누는 방식으로 짓가림 혹은 짓나누기라 한다. 선주는 배를 비롯해 어로 도구 등 비용 일체를 부담하는데 이를 뱃짓이라 하고, 선원들이 제공하는 노동력을 몸짓이라 한다. 명태잡이 선원들은 특이하게 본인 소유의 그물로 명태를 어획했다. 잡힌 명태는 그물 소유주 각자의 몫이고, 뱃삯으로 어획물 판매금의 25∼30%를 선주에게 지급했다. 명태잡이의 이러한 어로 방식은 조선시대에도 존재했는데 ‘각사등록(各司謄錄) 영조 51년(1775년)’ 기록으로 확인된다.

명태어업은 배만 빌려주는 방식이므로 선주의 몫이 많지 않았으나 조기잡이는 수익금의 60∼70%를 선주가 가졌다. 어선, 그물, 식량, 유류 등 조업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선주가 부담했기 때문이다. 6명의 선원이 탄 어선에서 10억 원의 수익을 올릴 경우 선주가 6억 원을 챙기고, 선원들이 4억 원을 차등해서 나눠 가진다. 이를 4·6제라 하는데 선주가 70%의 몫을 취하면 3·7제라 한다. 선주는 배임자, 선장은 사공이라 하고, 선원은 뱃동사(同事)라 불렀다. 이물사공은 경험이 많은 연장자가 맡았는데 영좌라 했고, 어선 뒤쪽 일을 담당하는 선원은 고물사공이다. 식사를 준비하는 화장이 있었고, 밤새 잡힌 조기의 양을 확인하여 그물 올릴 때를 알리는 물상직이 있었다. 수익금은 일반 선원에 비해 사공이 두 배, 이물사공과 고물사공이 1.5배를 받는 등 배당을 달리했다.

짓가림은 시대에 따라 변했고, 지역과 어법에 따라 달랐다. 어업은 농업에 비해 수익의 불확실성이 높으므로 고정 임금보다는 짓가림이라는 비율제를 택했다. 어업에서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이다. 현재까지도 고정급 병용 짓가림제를 실시하는 곳이 많은데 기본급을 지급하면서 어획량과 직급에 따라 차등을 둔다. 다만 선원이주노동자는 고정급을 받는다. 이에 대해 어떤 문화예술 행사 강연회에서 외국인 노동자 인권단체 소속 직원의 발언은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젊은 외국인 선원은 강도 높은 노동을 하는데 고령의 한국 선원이 더 많은 급여를 받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취지였다. 어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견해였다.

오래전부터 연장자였던 이물사공과 고물사공은 일반 선원보다 높은 임금을 받았다. 예나 지금이나 뱃일은 불의의 사고가 빈번히 발생한다. 그물 엉킴, 기계 고장, 악천후 등 예측하지 못한 급박한 상황에 앞장서서 대응하는 사람은 경험 많은 선원들이다. 갑판 위에서는 선원들 간 긴밀한 협력과 빠른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뭍에서 그물 조립과 수선 등 출어 준비를 위한 일 역시 노련한 선원 중심으로 진행한다. 선주는 풍부한 경험을 가진 사람에게 의존하므로 어로 지식에 대한 값어치를 지불하는 것이다.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