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 회장은 지난해 11월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저를 111억 원에 공매로 낙찰 받았다. MB가 1978년부터 40년 넘게 살던 곳이다. 2017년 4월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남구 삼성동 사저를 67억 원에 사들였다. 박 전 대통령은 1990년부터 23년간 이 사저에 머물렀다. 생존 중인 전직 대통령 3명이 청와대로 가기 전까지 살던 사저 3곳을 홍 회장이 총 205억 원에 모두 수집한 것이다. ‘대통령 사저 컬렉터’라 할 만하다.
▷1980년 구로공단에서 200만 원을 갖고 의류 사업을 시작한 홍 회장은 2001년 마리오아울렛을 열면서 지금은 연매출 3000억 원으로 사업을 키웠다. 전직 대통령과의 구체적인 친분 관계는 알려진 게 별로 없다. 업계에선 사저를 매입한 이유를 부동산 비즈니스로 추정한다. 박 전 대통령 사저를 매입했을 때 홍 회장이 “값이 싸게 나오고, 위치가 좋아서 샀다”고 해명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 씨 소유의 경기 연천 허브빌리지를 118억 원에 매입하면서 부동산 리조트 사업에도 진출했다. 업계에선 “사업성이 낮아 진짜 이유는 따로 있을 것 같다”는 분석도 한다.
▷미국은 현직 대통령이 고향에 ‘퇴임 후 집무실’로 쓸 수 있는 기념도서관을 지을 수 있는 법안이 1955년 의회에서 통과됐다. 부족한 건축 비용을 시민들의 자발적 모금을 통해 충당하고, 건물이 완공되면 연방정부가 기증받아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이화장,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신당동 가옥 등은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다. 다른 대통령들의 사저도 앞으로 문화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어느 시점에든 이를 위한 논의가 시작된다면 미국의 사례를 참고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정원수 논설위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