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홍수용]‘이재명 노믹스’의 징조

홍수용 산업2부장 입력 2021-11-05 03:00수정 2021-11-0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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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 그럴듯한 전환성장-부동산 공약
이상론 치우쳐선 소주성 전철 밟을 것
홍수용 산업2부장
지난달 27일 서울 관악구 전통시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음식점 총량제’를 언급하자 야권에선 “시장 왜곡, 영업의 자유 침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가 ‘자유의 이름으로 위험을 초래하는 방임’이라고 한판 붙은 뒤 수그러들었지만 이건 일회성 논쟁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이 후보의 바람대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다면 음식점 총량제는 그 정부의 경제정책, ‘이재명 노믹스’의 싹수가 될 것이다. 아직 이르지만 싹수의 색깔은 노란 쪽에 가깝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후보가 1호 공약으로 내세운 ‘전환적 공정성장’에서 이재명 노믹스의 윤곽이 드러난다. 부르기 편한 말이 나오겠지만 일단 ‘전공성’이라고 해두자. 보수의 가치인 성장이라는 단어가 들어갔다고 ‘우클릭’ 아니냐고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소주성)도 어쨌건 성장 정책이었다.

이 후보 캠프 관계자에 따르면 수요를 중시한 소주성과 달리 전공성은 공급 확대에 방점이 찍혔다. 디지털 기술이 급변하는 전환기에는 무형의 지식 인프라를 누가 빨리, 많이 공급하느냐에 국가 경쟁력이 달렸다. 첨단 기술 분야는 경쟁을 촉진해야 하는 반면 진입장벽이 낮아 경쟁이 과도한 분야는 경쟁자 수를 줄여줘야 한다는 것이 전공성의 기본 전제다. 이 후보가 ‘선량한 규제’라고 포장한 음식점 총량제는 취지와 방식 면에서 전공성과 맥이 닿아 있다. ‘식당의 총량을 조절하며 개미지옥에서 자영업자를 구한다’는 발상은 전공성이 레드오션에 빠진 비숙련 노동자를 돕는 방식이다.

전공성이 다소 모호한 반면에 공약의 다른 축인 부동산 대개혁은 메시지가 선명하다. 대개혁은 3단계로 진행된다. 토지에 매기는 국토보유세 신설, 개발이익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 강화, 이렇게 만든 돈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투입하는 흐름이다. 이론상 땅주인이나 민간 건설사 관계자도 다른 면에선 노동자, 자본가이므로 분배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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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노믹스의 부동산 설계도에는 너무 이상적이어서 현실화한 적이 없는 19세기 사상가 헨리 조지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조지는 모든 조세를 토지에 부과하면 거기서 나온 세금으로 노동과 자본에 충분히 보상할 수 있다고 봤다. 그 결과 부의 총량이 증가하니 모두에게 좋은 일 아니냐는 것이다. 토지 독점이 사라지면 엄청난 부자가 생기지 않는다고도 했다. 개발이익 완전 환수로 일부가 11만 % 수익을 챙긴 대장동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부동산 대개혁과 논리가 비슷하다.

기술 전환기에 선제 대응하거나 벼락거지를 양산하는 부동산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문제는 세상일은 앞뒷면이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이 후보가 간과하고 있는 점이다.

이 후보가 방문한 전통시장에는 떡집이 6개나 있었다. 그가 쑥떡을 산 뒤 “저보고 쑥덕거리는 사람들이 많더라”고 한 떡집의 운영자는 재료 값이 많이 올랐는데 다른 가게의 눈치가 보여 떡값을 못 올리고 있다. 그에게 딴 사람이 새로 장사하지 못하게 할 테니 떡값을 올리라고 한다면 원자재 대란에 빠진 다른 업계가 들고일어날 것이다. 그렇다고 경쟁의 효과 덕에 떡값이 안정됐다고 평가한다면 돌을 맞을 일이다.

시장경제를 하는 한 이 딜레마는 영원한 것이다. 당장 속 시원해 보인다고 검증되지 않은 정책 실험을 또 할 수는 없다. 소주성과 25번 부동산 정책 실험의 뒷감당도 버겁다.

홍수용 산업2부장 legman@donga.com



#이재명#음식점 총량제#이재명 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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