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중현]재계 서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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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네이버 넥슨 넷마블 등 정보기술(IT)기업과 바이오제약기업 셀트리온이 그제 발표된 71개 기업집단 중에서 순위가 껑충 뛰어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 등을 감시하기 위해 매년 이맘때 ‘자산 5조 원 이상 기업집단’을 지정한다. 자산 규모에 따라 순서가 매겨지기 때문에 ‘정부 공인’ 재계 서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중에서도 기준이 더 높은 ‘자산 10조 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에는 최대 그룹들이 몰려 있어 평소엔 순위 변동이 많지 않다. 그런데 초유의 코로나19 사태가 대기업의 서열을 바꿔 놨다. 국민들의 소비 패턴이 급변하고, 저금리와 유동성 증가로 유망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이 40개로 6개 늘고 순위도 많이 바뀌었다.

▷순위가 크게 오른 카카오(작년 23위→올해 18위), 네이버(41위→27위), 넥슨(42위→34위), 넷마블(47위→36위)은 ‘비대면 트렌드’ 혜택을 받은 IT, 게임 기업이다. 셀트리온(45위→24위)도 코로나 치료제 개발 등으로 코로나19 덕을 봤다. 2015년 처음 자산 5조 원을 넘어선 카카오는 지난해 자산 규모를 20조 원까지 키우며 순위를 빠르게 끌어올렸다. 계열사 수도 118개로 1위인 SK그룹(148개) 다음으로 많다. 최근 뉴욕 증시에 상장한 쿠팡은 단박에 60위로 진입했다. 1위 삼성부터 17위 부영까지는 작년과 순위가 같았다.

▷과거 한국의 재계 서열을 가장 크게 뒤흔든 사건은 외환위기였다. 1998년 30대 기업 중 23년이 지난 지금 30위 안에 남은 그룹은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한화 GS 현대중공업 한진 두산 LS 대림 현대백화점 금호아시아나 HDC 효성이다. GS LS가 LG그룹에서, 현대차 현대중공업 현대백화점 HDC가 옛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만큼 11곳만 남아있는 셈이다. 재계 3위였다가 해체된 대우그룹을 비롯해 쌍용 동아 고합 진로 해태 등 19개 그룹은 사라지거나 30위 밖으로 밀렸다.

▷작은 연못 안에선 커보여도 넓은 세계무대에선 한국 기업 규모가 여전히 작다. 작년 포천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 중 한국 기업은 14개에 불과했고 한국 기업 중 1위인 삼성전자의 순위도 전년도 15위에서 19위로, SK㈜는 73위에서 97위로 밀렸다. 전년도에 비해 순위가 오른 현대차(94위→84위)를 포함해 100위 안에 든 기업은 3개뿐이었다. 반면 500대 기업 중 중국 기업은 119개에서 124개로 늘면서 미국(121개)을 사상 처음 뛰어넘었다. 미중이 벌이는 경제패권 전쟁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경쟁하고 살아남으려면 성공적인 투자와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더 키워야 한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
#재계 서열#카카오#네이버#한국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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