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에게 시급한 임대차법 보완책[동아 시론/심교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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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 시행 반년 전월세 급등
지방마저 들썩 실수요자 피해 커져
정부 약속 ‘획기적 공급’은 장기 대책
세금-대출 완화 단기 처방도 모색해야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지난해 7월 말 새 임대차법이 시행됐다. 부작용에 대해서 수많은 우려가 있었으나 정부는 물론이고 국회에서마저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채 통과됐다. 그리고 며칠 전 한국부동산원은 서울아파트 전세 가격이 82주 연속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상승세이다.

정부에서는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과 가구 분화가 많아졌기 때문에 상승했다고 하나, 실제 지수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이번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전국, 서울, 강남, 지방 아파트 전세 가격은 임대차법이 통과되기 전인 지난해 6월까지 각각 ―0.20%, 4.8%, 6.0%, ―5.1%의 변동이 있었다. 그리고 7월 임대차법이 통과되고 나서 12월까지 각각 6.3%, 10.8%, 13.4%, 3.1% 폭등했다. 3년 넘게 오른 것보다, 법이 통과되고 5개월간 상승한 값이 훨씬 더 크다.

주목할 점은 계속 하락세를 보이던 지방 아파트 전세마저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이제는 전세난으로 매매가도 재차 급등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던 지방 시장마저도 상승하고 있다. 25일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17.2를 기록해 관련 조사를 진행한 2012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매매가뿐 아니라 월세 시장도 덩달아 불안해졌다. 월세를 같은 방식으로 비교해보면,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월세 가격이 정부 출범 후 임대차법 통과 전까지는 0.51%, ―0.74% 변동했던 것이, 임대차법이 통과되고 나서는 각각 3.4%, 2.7% 올랐다. 안정적이던 월세 시장마저 급등세로 돌아서게 되면서 중산층과 서민들의 생활고가 급격히 심각해진 것이다.

지난해 통과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요구권은 그 폐해에 대해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을 정도로 부작용이 널리 알려져 있는 제도이다. 계약갱신요구권은 기존 세입자와 신규 세입자 간 불평등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도 증폭시킨다고 한다. 보호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시장에서는 전세 물건이 사라지는 현상까지 나타났고, 뒷돈거래가 횡행하였으며 이와 관련해서는 경제부총리마저도 피해를 입을 정도였다. 전월세상한제도 그 폐해가 만만치 않다. 공급 위축과 품질 저하로 인해 대부분의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부정적인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연초에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관련 정책 실패에 대해 언급을 했으나, 정책 기조의 변화에 대한 말은 없었다.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고만 했다. 이제라도 공급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 것은 다행이지만, 공급을 늘려서 그 혜택을 체감하기엔 지금이 너무나 급박한 상황이다. 전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택은 ‘빵’이 아니라고 항변했을 정도로 부동산 시장의 공급은 단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단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정책도 있다. 전세난의 원인이 임대차법이긴 하나, 지금 상태에서도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면 단기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집을 지어서 공급을 하는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월세를 전세로 돌린다면 전세난이 완화될 수 있고, 매매가도 진정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월세를 전세로 돌린 임대인에게 세제와 금융 등의 규제 완화만 해줘도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전세 공급 확대 외에 전세 수요를 줄이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전세 수요를 매매로 돌린다면 전세 수요가 줄어들게 되고 이로 인해 가격안정 효과를 단기적으로도 기대해볼 수 있다. 현재는 집을 사고 싶어도 대출 규제로 사기가 힘들다. 특히 서울의 경우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이 10억 원에 육박하는데 6억 원짜리 아파트를 살 때 대출금은 아파트 값의 40%에 불과한 상황이다.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대출 규제만 풀어줘도 전세 수요는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물론 매물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이들 실수요자에게 매도할 경우 매도자에게 세제 혜택을 부여하면 될 것이다.

정부에서 구상하는 획기적인 공급책도 의미가 있겠지만, 지금 당장 고통받는 서민들을 생각한다면 단기적 처방으로 고려할 만한 정책일 것이다. 어떤 것이 서민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실수요자#임대차법#보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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