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한미동맹, ‘소통과 조율’이 필요하다[동아시론/김현욱]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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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협상-미중갈등 커지는 불확실성에… 계속 좁아지는 한국의 외교적 공간
美中 사이 균형 위해 협의 강화해야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지금 한미동맹은 어디에 놓여 있는가? 뚜렷하게 정의 내리기가 힘들다. 과거 한미동맹은 6·25전쟁 이후 한국의 안보를 위한 중요한 기제였다. 북한 위협에 대비하기 위함이라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탈냉전 이후 점차 동맹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한미동맹은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재 한미동맹이 어디에 자리매김하고 있는지 불명확해 보인다.

이러한 불명확성을 설명하는 중요한 이슈 중 첫 번째는 ‘트럼프 현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면서 전통적 미국 외교정책 기조인 국제주의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거부하면서 이를 뒷받침해왔던 글로벌 동맹체제의 존재를 무시했다. 한미동맹은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가장 극명한 예는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잘 나타난다. 지난해 말에 합의를 이루고 올해 초부터 효력을 발휘했어야 하는 협상은 여전히 표류 상태에 있다. 한국은 13%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미국은 50%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아마도 차기 행정부가 결정된 이후에나 협상 모멘텀이 생길 것이다.

두 번째 이슈는 북-미 협상이다. 북한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의 희생이 필요하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 취소를 독자적으로 결정했으며, 이로 인해 2019년 소규모의 연합훈련이 지속되기는 했으나 한미 연합 준비태세에 대한 우려가 표출되고 있다. 즉, 북한 비핵화에 대한 상응 조치로서 주한미군의 군축 수준은 어떻게 결정되어야 하는가? 북-미 간 협상이 진행될 경우 확장억지력 약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마지막 이슈는 미중 경쟁이다. 미중 간 갈등이 점화되면서 한국의 선택과 한미동맹에 대한 전략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현재 미국은 해외주둔군 재배치를 고민 중에 있으며, 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 지역 미군의 규모 및 성격에 대한 재고를 의미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고민은, 미국은 한미동맹이 중국 견제를 위한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한국의 입장은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첫 번째로, 한미 간 고위급 소통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현재 한미동맹은 공통의 전략 목표, 위협 인식 등에 있어서 긴밀한 소통 및 조율이 필요한 상태이다. 한미 양국은 2010년부터 ‘2+2회의(외교·국방장관 회의)’를 통해 한미동맹의 전략비전에 대한 협의를 진행해 왔지만, 2016년을 마지막으로 중단된 상태이다. 중국의 부상과 북-미 협상이 진행되는 현 상황에서 미국 차기 정부와 2+2회의를 통해 양국의 공통 이익에 대해 협의하고 소통할 필요가 있다. 즉, 북-미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미 양국의 전략 목표와 공통의 위협은 무엇인가? 미국이 중국 견제를 원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의 전략 목표는 무엇으로 수렴되어야 하는가?

두 번째로, 미중 경쟁 속에서 향후 한국의 전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향후 미중 경쟁은 점차 격화될 것이며, 과거 한국이 누렸던 미중 사이의 외교적 공간은 점차 좁아질 것이다. 한국은 점차 전략적 선택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미국은 쿼드 플러스에 한국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세 가지 선택이 존재한다. 하나는 쿼드 플러스에 참여하지 않는 것인데, 이는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서 한국이 빠지게 되는 것을 의미하며, 확대되는 중국의 영향력에 대한 균형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또 하나는 쿼드 플러스에 참여하여 대중국 군사압박에 동참하는 것인데, 이 경우 한중 관계가 힘들어지게 된다. 중국의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 가능성도 존재한다. 마지막은, 참여는 하되 대중국 압박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것이다. 현재 쿼드 참여국들은 모두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의식하여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고 미중 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 번째 옵션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한국에 대한 안보 제공 확보가 필요하다.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경제 제재 당시 미국은 한국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동맹국이라면 한국에 대한 안전보장을 제공했어야 한다. 추후 사드 배치 같은 선택 상황이 재차 도래할 경우, 미국의 안전보장 제공이 없다면 미국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의 안전보장을 확보하기 위한 한미 간 협의가 필요하다.

70년 한미동맹은 지금 격변기를 맞았다. 양국의 이해를 조율하고 새롭게 출발하기 위한 한미 양국 간의 긴밀한 대화와 소통이 필요한 시기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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