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눈에 지금 민주당은 ‘잘 모르는데 걔 별로래’ 정도”[파워인터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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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고위원이 된 대학생 박성민 민주당 청년TF 단장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 출신 박성민 최고위원이 21일 국회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감당할 능력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청년 문제를 공론화할 사람이 필요해 도구로 쓰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심을 잃지 않고 해야 할 이야기를 적재적소에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 출신 박성민 최고위원이 21일 국회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감당할 능력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청년 문제를 공론화할 사람이 필요해 도구로 쓰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심을 잃지 않고 해야 할 이야기를 적재적소에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아까도 ‘인강(인터넷 강의)’ 듣느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본청 최고위원실에서 만난 더불어민주당 박성민 최고위원(24)은 앉자마자 “아직도 밀린 강의가 너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박 최고위원은 2018년 6월 민주당에 입당한 뒤 민주당 경기 용인시정 지역위원회에서 대학생위원장으로 일하다 오디션을 거쳐 당 청년 대변인을 맡았다. 이낙연 대표 체제에서 청년, 여성이라는 두 가지 포석으로 최고위원에 발탁됐다. 일주일에 18학점의 수업을 듣는 대학생이기도 하다. 박 최고위원은 여권이 일제히 엄호에 나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해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잇달아 쓴소리를 하면서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추 장관 아들의 군 휴가 관련 의혹에 대해 “청년들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첫인상이 굉장히 불편했을 것”이라고 했다. “당의 행보가 청년의 시각에서 ‘이건 아니다’ 싶을 때는 거침없이 이야기하겠다”는 그를 21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인터뷰했다.》

○ “개인 비판이 아닌, 청년의 절박함 얘기한 것”


―우선 추미애, 김현미 장관을 비판할 때 이야기부터…. 어떤 생각으로 한 말인가.

“발언을 하면 논란이 될 수도 있겠다고는 생각했다. 그렇다고 ‘논란을 만들어서 떠야겠다’는 게 아니라 내가 청년 관점에서 청년의 이야기를 하라고 뽑힌 사람인데 그 정도는 이야기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장관 개인에 대한 비판도 아니었지 않나. 저는 청년의 절박함에 대해 이야기한 거다.”

―아무튼 야당과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됐다.

“사실 청년의 시각에서 청년 이야기를 한 것인데 주변에서 특정인을 공격하는 도구로 만드는 것이 좀 익숙하지 않았다. 불편했다. 그건 청년의 생각을 그렇게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소모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발언에 대해 당내에서 지적이 있었나.

“당에서 ‘왜 그런 발언을 했느냐’고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다만 (극성 지지층들이) 페이스북에서 좀…. 그런데 주변에 물어봐도 (극성 지지층에게 공격을 받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명쾌하게 말해주시는 분이 없더라.”

―민주당이 김홍걸 의원을 제명했고, 이상직 의원은 탈당했다. 당의 조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두 분 문제가 다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청년인 내 기준에는 용납될 수 없는 문제다. 평범한 국민이 보면 하나는 나의 일터에 관한 문제이고, 하나는 나의 집에 관한 문제이다. 사는 것과 일하는 게 삶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 아닌가.”

―민주당 의석수가 계속 줄어드는 건 어떻게 보나.

“당내에서는 동료 의원의 문제이니 여러 이야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걸 차치하고서라도 사안이 중대하다. 그래서 김 의원의 경우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윤리감찰단의 의견에 따라 과감히 빠르게 정리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실제로 윤리감찰단의 건의 당일 제명이 이뤄졌는데….

“정치인은 국민에게 봉사하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직업인데, 더 엄격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이낙연 대표가 결단을 크게 내린 것이라고 본다. (제명 결정 전에) 사안이 심각하다는 문제의식은 당 지도부에서 이미 공유가 됐다.”

○ “민주당 내 ‘레드팀’ 역할하겠다”


―여당 최고위원은 어떻게 맡게 된 건가.

“이낙연 대표가 인선 발표 전날 전화를 주셨다. ‘지명직 최고위원을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하시면서….”

―본인도, 주변에서도 많이 놀랐을 것 같다.

“최고위원이 된 뒤 오해를 많이 받았다. 이 대표와 특정한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 ‘엄마 아빠가 누군지 봐야 한다’는 말도 있었다. 그런데 딱히 인연이나 배경은 없다.”

―무슨 생각으로 최고위원직을 수락했나.


“당 내부에서 (의도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는) ‘레드팀’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항상 레드팀만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중요한 순간이나 당의 행보가 청년의 시각에서 ‘이건 아니다’ 싶을 때 용기를 갖고 이야기할 생각이다. 나 자신보다는 당이 잘되고, 당이 국민 마음에 상처를 입히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얘기하겠다는 것이다.”

―청년 최고위원이다 보니 일부러라도 쓴소리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나.

“그런 압박을 엄청 느낀다. 그런데 (국민 일부는) 무작정 쓴소리가 나오는 그림을 보고 싶어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냥 사이다를 마시고 싶은 거랄까. 그래서 나름대로 조심해서 말한다.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 “민주당? ‘잘 모르는데 걔 별로래’ 정도라고 여기지 않나”


―청년들 눈에 지금 민주당의 이미지는 어떤 것인가.

“관심은 없는데 딱히 호감도 아니다. ‘잘 모르는데 걔 착할걸?’이 아니라 ‘잘 모르는데 걔 별로래’ 정도로 보면 된다. 꼭 민주당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성 정치 자체가 꼰대 이미지다.”

―문재인 정부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특히 청년들이 관심 많은 공정 이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문재인 정부 차원의 공정에 대해 말한다면, 너무 정치적으로 변질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공정은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차별받는 걸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 정부 들어 청년들은 무엇이 달라졌다고 느낄까.

“사회가 청년들을 의식하는 수준은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그전까지는 소수자로 취급받았던 청년층의 지위가 달라진 느낌은 든다. 그리고 예전에는 청년들이 불만만 제기하고 끝이었는데, 이제는 청와대 국회 여당에서 소통의 연결고리가 되는 지점들이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20대 청년층에서 당 지지율이 하락 추세다.

“수치가 급격히 저하되는 걸 무시하면 안 된다. 당의 여러 이슈들이 청년에게 실망감을 줬을 것이고, 사실관계를 밝히는 과정에서도 청년들은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

―여러 사람이 ‘청년 정치’를 말하지만 잘 와닿지 않는다.

“‘청년’이라는 명칭이 들어가는 직책들이 가지는 한계가 명확하다. 청년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는데, 청년들의 문제는 청년의 선에서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다. 주거, 일자리 같은 문제들은 청년 정책만 논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권한도 더 필요하다. 전폭적인 지원이 없으면 청년 문제 해결은 힘들다.”

박 최고위원은 당 대학생위원회 활동과 관련해 “여러 청년 간담회에 참석했지만, 아무리 말을 해도 (의원들이) ‘잘 들었습니다’ 하고 끝내고 말더라”고 했다. 이런 경험은 그가 집권 여당의 최고위원을 수락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내가 제기한 문제에 제대로 답을 해 준 정치인이 한 명도 없었다. 최고위원으로 있으면서 청년들과의 만남을 정례화하고, 애프터서비스까지 하고 싶다”고 했다.

―청년에게는 일자리 문제가 핵심 문제 아닌가.

“청년들이 대기업, 공기업에 매달리는 이유는 ‘그보다 밑으로 가면 내 삶이 무너질 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기성 정치인들이 청년들에게 ‘도전하라’고만 강조하는 건 잘못됐다. 구직자들이 눈이 높다고 생각하지 말고, 사회에 좋은 일자리가 얼마나 많이 있는지 먼저 되돌아봐야 한다. 전 국민 고용보험 제도, 산업재해 해결 등이 다 맞닿아 있는 문제다. 공공인턴 늘리고 공무원 늘려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더 큰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 “86그룹, 다음 세대 정치할 후배 안 키워”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민주당의 주축 그룹인 ‘86그룹’(1980년대 학번, 1960년대생)으로 옮겨갔다.

―기성 정치에 대한 생각은….

“비유로 말하자면, 책 한 권을 거의 다 읽어간다는 느낌이 든다. 두 번째 책을 꺼내 첫 페이지를 펼쳐야 하는 시점이다. 이제 한 시대가 저물었다는 느낌이다. 기성 정치권은 그 세대에 중요한 의제가 있고 우리 세대에 중요한 의제는 다르다.”

―기성 정치인들이 청년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길 원하나.

“그들이 청년들의 생각을 읽기 힘들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세대도 어머니, 아버지 세대 생각을 읽기 힘들다. 그걸 인정하고 시작해야 한다. 유연한 사고다. 그리고 기성세대가 청년들과 대화하고, 일하는 감각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때 당내에서 86그룹 용퇴론이 나온 적도 있었는데….

“86그룹이 하루아침에 용퇴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반대다. 비정상적이다. 다만 그분들이 자신들의 다음 세대에 정치할 후배들을 키웠느냐, 그 점은 반성적 성찰이 필요하다.”

당 1호 청년 대변인, 당 1호 대학생 최고위원을 맡은 박 최고위원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는 “내가 없어도, 당 대표가 바뀌어도 계속 이 자리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밀린 강의를 오후에도 들어야 한다”며 백팩을 둘러메고 최고위원실을 나섰다.

○ 더불어민주당 박성민 최고위원…
△1996년 서울 출생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3학년 재학 중
△2018∼2019년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운영위원
△2019∼2020년 민주당 청년대변인
△2019년∼경기 용인시 청년정책위원회 공동위원장
△2020년∼민주당 최고위원, 민주당 청년미래연석회의 공동의장, 민주당 청년TF 단장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박성민 민주당 청년tf 단장#여당 최고위원#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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