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없는 날을 환영하며[내 생각은/김수훈]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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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절대 이 일은 다시 하지 않겠다.” 2년간 일했던 A 택배사를 그만뒀다. 주 6일,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는 근무 환경은 너무 버거웠다. 14일이 ‘택배 없는 날’로 지정됐다. 지금까지 택배기사들은 휴일이 아닌 날 쉬기 위해서는 해당일 배송을 대신해 줄 소위 ‘용차’를 구해야 했다. 하루 10만∼20만 원의 비용이 든다. 휴가가 당연하지 않은 택배기사가 전국 5만 명에 이른다. 나는 택배기사를 그만두고 4년 전 쿠팡에 입사했다. 주 5일 근무에 주 52시간제, 4대 보험, 15일 연차휴가. 근로자에게는 당연한 보장이었지만 법적으로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에게는 먼 나라 얘기였다. 쿠팡에선 이런 당연한 권리가 제공됐다. 배달을 업으로 하는 사람은 육체노동을 하기 때문에 잘 쉬어야 한다. 이번 주말 나는 휴무에 연차를 붙여서 13∼17일 아내와 곧 태어날 딸과 함께 태교 여행을 떠난다. 이것은 혜택이 아니라 권리이고, 모든 배송직원에게 필요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이번 택배 없는 날 지정이 계속해서 배송직원의 삶이 나아지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길 바라본다.

김수훈 쿠팡 배송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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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환영#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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